정부가 다음달 이공계 대학원생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연구생활장려금(한국형 스타이펜드)'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다. 연구개발(R&D) 사업 관련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범위를 확대하고, 기초연구나 국제 공동 연구, 혁신·도전 연구의 경우 적시에 사업이 착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공계 대학원생들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해야"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류 본부장은 국가 R&D 시스템 개혁 추진의 일환으로 이공계 대학원생들을 지원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 제도를 도입해 우수 인재를 이공계로 유입시키고 학업·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대학원생 등 학생 연구자의 인건비는 기존 체제에서는 연구자가 속한 연구 책임자, 대학교의 경우 담당 교수가 주로 관리했다. 이를 두고 현장에선 관리 주체를 넓혀 학생 연구자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에 정부는 연구 책임자 중심으로 운영되던 학생 연구자 인건비 관리를 기관 단위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교수들이 인건비를 관리하는 것에 더해 각 대학·단과대·학과 단위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학생들에게 생활 장려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식이다.
현재 학생 인건비 관리체계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개별 연구 책임자가 연구 사업비에서 일정 비율을 인건비로 책정하거나, 대학이 직접 연구자 인건비를 책정하는 '풀링제'를 자율적으로 적용했다. 한국형 스타이펜드가 도입되면 기존에 풀링제를 채택하지 않은 대학도 정부의 장려금 재정 지원을 위한 별도의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류 본부장의 설명이다. 연구책임자 계정이 아닌 기관 계정을 만들면 그 계정에 들어온 정부 재원을 대학·단과대·학과 등이 학생들에게 지원하게 되는 식이다.
아직 기획재정부 등의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한국형 스타이펜드 지원 규모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제도 도입이 첫 발표됐을 당시 기준으로 나왔던 KAIST 석사과정 80만원, 박사과정 110만원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요업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은 "국가 R&D에 참여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할 것"이라며 "지금도 80만원, 110만원보다 더 받는 학생도 있는데 이만큼 못받는 학생들의 최저점을 맞추기 위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타이펜드 제도 개선 방안은 과기정통부와 기재부 협의 등을 거쳐 내달 초께 발표될 예정이다.
"혁신 연구는 적시에 사업 착수될 수 있도록 지원"
정부는 R&D사업 예타 면제 범위도 늘린다. 기초연구나 국제 공동 연구, 혁신·도전 연구의 경우 회계연도과 무관하게 연중 언제나 적시에 사업이 착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국가재정법, 과학기술기본법, 과학기술혁신법 등 3개가 개정돼야 한다. 예타 조사가 면제되려면 특정 법령에 의해 면제가 규정돼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예타 조사를 폐지하면 연구 착수 기간을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신기술을 과감하게 연구하자는 차원에서 혁신·도전적 연구 과제도 34개 선정했다. 내년 관련 예산이 1조원 가량 투입된다. 이들 연구에 대해선 성공, 실패 등의 등급이 폐지된다. 정부 R&D 문호를 해외로 개방해 해외 기관이 직접 참여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일명 '글로벌 플래그십 프로젝트'인데 현재 4건이 선정됐다. 류 본부장은 "국제 공동 연구의 경우 향후 지적재산권(IP) 논란이 커지는데 문제가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전했다.
내년 R&D 예산은 앞서 발표한 대로 29조4000억원으로 편성된다. 이중 주요 R&D 예산은 24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는 13% 이상 증가한다. 일반 R&D 예산이 올해 4조6000억원인데 해당 규모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내년엔 총 29조4000억원의 R&D 예산이 편성된다. 이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23년 29조3000억원보다 1000억원, 0.3% 늘어난 정도다.
류 본부장은 "내년 R&D 예산이 사상 최대였던 2023년과 유사한 수준이고 주요 R&D 예산은 올해보다 13% 증가한 수준"이라면서 "이는 단순 확대가 아니라 추적형 R&D에서 선도형 R&D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질적으로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