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두고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회고록을 통해 주장했던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해당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최근 발간된 김 전 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 2쇄본에는 당초 김 전 의장의 이태원 참사 관련 기술이 수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판에는 김 전 의장이 2022년 말 국회조찬기도회에서 윤 대통령과 독대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를 건의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내 말이 다 맞으나 자신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그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자신은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쓰여 있다.
이어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 윤 대통령의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 나는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덧붙여 있다.
하지만 수정본에서는 "윤 대통령은 참사에 관해 관계기관에서 수사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사건에 관한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온 후에야 정치적 책임을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 일각에선 이 사건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을 갖고 극단적 주장을 하는 경우까지 있기 때문이란 것이었다"며 "나는 혹시 다른 관점이 음모론을 제기해온 극우 유튜버를 말하는 것인가 하여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고 돼 있다.
초판본은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조작 가능성을 부여했다는 느낌을 주는 반면, 수정본은 윤 대통령이 사회 일각에서 조작 의혹이 있다는 보고를 받거나 전언을 들은 것으로 바꿔 기술한 것으로 읽힌다. 김 전 의장은 2쇄본에서 수정된 부분에 대해 본문 하단에 '이태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준 여야 대표와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주석도 달았다.
앞서 김 전 의장이 지난달 27일 공개했던 회고록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대통령실은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반박했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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