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순 교수 "국회 재정준칙 논의 외면…예산심사 정쟁으로 치달아"

입력 2024-07-25 18:41   수정 2024-07-26 23:59

“정부 예산을 짤 때 국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회 본연의 심사 기능은 사라지고 정당의 정쟁만 남았습니다.”

김춘순 순천향대 교수(61·사진)가 쓴 재정학 서적 <국가재정 이론과 실제>는 ‘초선 국회의원 필독서’로 꼽힌다. 정부가 한 해 나라살림인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점부터 국회 심사가 끝날 때까지의 전 과정을 담아서다. 국회의원은 물론 예산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는 정부 공무원, 행정학 전공 대학생까지 두루 보는 책으로 자리잡았다. 2012년 7월 초판이 출간된 이후 세 차례 개정해 이달 초 4판이 나왔다.

김 교수는 지난 19일 기자와 만나 이번 개정판의 주요 변화로 의회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지를 숫자로 표현한 예산제도지수(수치가 높을수록 의회 권한이 강함)를 개발해 수록한 점을 들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의회 권한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확장 재정, 강화된 국회의 예산 심사 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예산제도, 공기업·공공기관의 경영평가 과정 등에 대한 내용도 새로 반영했다.

김 교수는 1988년 입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국회사무처 여러 부처를 거쳐 2009년부터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국회예산정책처장 등을 지낸 ‘예산통’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 내 국가 재정 운용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30여 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후 2019년부터 순천향대에서 부총장 직을 수행하며 재무행정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김 교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재정준칙이 여러 차례 제안된 바 있지만 여태 우리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준칙은 정치권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유럽 등 여러 선진국이 재정준칙을 채택하고 포퓰리즘을 경계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개정판에 기획재정부의 공기업·공공기관 경영평가 과정을 담았다. 그가 공직 퇴임 후 5년여간 기재부 공기업·공공기관경영평가위원, 올해 준정부기관 평가단장을 맡은 경험이 있어서다.

그는 “협력적 노사 관계가 잘 구축돼 있고, 조직체계가 일사불란하며, 근무 기강과 분위기가 잘 조성된 곳에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며 “모범생에게는 이유가 다 있다. 공기업·공공기관 경영평가는 1년 농사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이끈 평가단은 지난 6월 KOTRA, 국립공원공단, 한국연구재단 등을 A등급으로 선정했다.

D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노사 갈등이 자주 일어난 곳, 대내외 요인 등으로 실적이 급락한 곳이 많았다”며 “모범생이 윤리적 이슈로 일순간에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까지 A등급을 유지하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일부 간부의 비공개 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사실이 알려지면서 2020년부터 D등급으로 추락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글=박종필/사진=임대철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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