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아끼던 ‘자토바이’(자전거+오토바이)를 온라인에서 처분했다. 전기자전거인 줄 알고 샀다가 오토바이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출퇴근용으로 구매했는데, 불법이라는 말에 더 이상 타고 다니기 찝찝해서 팔았다”고 말했다.
최근 MZ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핫템’으로 떠오른 자토바이가 법과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자토바이란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특성을 합친 교통수단으로 최고 속도가 시속 25㎞를 넘는 고출력 전기자전거를 말한다. 2010년 즈음 중국에서 유행하다 코로나19 전후로 국내에 도입됐다.
가격은 80만~200만원 선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만 4만여 개의 상품이 검색될 정도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오토바이보다 관리 비용이 적게 들고 자전거보다 속도가
빨라 직장인 사이에서 가까운 출퇴근 및 취미용으로 널리 팔리는 중이다.
문제는 자토바이가 법적으로는 전기자전거가 아니라 원동기장치라는 점이다. 자전거도로 주행기준(시속 25㎞, 30㎏)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도로엔 이 기준을 충족하는 일반 전기자전거와 개인형이동장치(PM)만 달릴 수 있다.
따라서 오토바이처럼 사용신고를 마친 후 번호판을 달고 운행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무등록 운전’으로 간주돼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자토바이는 현행법상 사용신고와 번호판 부착이 불가능하다. 번호판을 받으려면 의무보험이 필수인데, 국내엔 자토바이가 가입할 수 있는 원동기 보험이 아예 없다. 처벌 규정은 있지만 번호판 발급은 안 되는 사각지대의 자토바이 수만 대가 국내에서 ‘무보험 질주’를 하는 셈이다.
법 해석조차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구조 및 장치가 안전 운행에 적합해야 사용신고가 가능한데 자토바이는 사용신고가 어렵다”며 “자토바이가 사용신고 예외 대상인지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안전이다. 최고속도가 시속 70~80㎞에 달하지만, 번호판이 없어 뺑소니 사고에 취약하다. 지난 5월 대구에서 전기자전거가 60대 여성을 치고 도망가는 뺑소니 사고가 발생했는데 자토바이 사고로 추정된다는 게 일선 경찰의 설명이다. 맨눈으로 일반 전기자전거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불법인 줄 알면서도 자토바이를 구매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시민과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신종 모빌리티 관련 규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