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의 성지라고 불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에 JTBC '최강야구'가 등판했다. 지하 2층 EAST 팝업존에 위치한 '최강야구' 팝업스토어는 '여의도 직관데이'라는 타이틀로 스페셜 포토존과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최강야구'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인당 유니폼, 버클캡 각 1개씩만 수량할 수 있고, 특히 '한정판'으로 판매되는 스카이블루 유니폼은 평일 50개 밖에 판매되지 않아 주말에는 새벽 4시, 평일에도 매장 오픈에 앞서 일찌감치 줄을 서서 웨이팅 번호를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카이블루 유니폼의 경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정가 9만9000원의 2배가 넘는 20만원에서 30만원 사이에 거래될 정도다.
'최강야구'는 이대호, 박용택, 니퍼트 등 은퇴한 전설의 선수들과 유망주들이 뭉쳐 최강 몬스터즈를 결성, 승률 7할을 지켜야만 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콘셉트를 갖는 야구 예능프로그램이다. 탄탄한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으며 시즌3가 지난 4월 15일 시작됐고, 이들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티켓 예매가 오픈할 때마다 수만명이 동시에 몰리면서 '피케팅'(피나는 경쟁의 티켓팅)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최강야구' 팝업 스토어는 11일간 운영되면서 1만8000여명을 끌어 모았다. 이는 당시 더현대에서 동일한 규모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브랜드 중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올해에는 더 많은 상품이 판매되는 만큼 오는 30일 막을 내릴 때까지 무난하게 지난해 매출을 넘어서리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프로그램이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대박'이 난 사례는 '최강야구'가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tvN '선재 업고 튀어'의 팝업존은 매일 10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면서 전날 밤부터 노숙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오픈 당일 입장 인원 마감으로 발을 돌린 미국에서 온 나자로 사바나 로즈(23) 씨는 한경닷컴에 "오픈 시간에 맞춰 오전 10시 30분에 왔는데, 이미 새벽에 온 사람들로 입장이 마감됐다고 하더라"라며 "내일이면 돌아가야 하는데, 너무 아쉬워서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차를 쓰고 왔다"는 서석영(가명·34) 씨도 "'선재 업고 튀어' 캐릭터의 모습이 담긴 교통카드를 사고 있다"면서 "입장 번호는 받았지만, 언제 입장할지 몰라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눈물의 여왕'은 국내에 이어 일본에서도 팝업스토어 매진 행보를 이어갔다.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눈물의 여왕' 일본 팝업스토어에 25일 기준 누적 1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다고 밝혔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하루 입장 가능 방문객을 800명으로 제한해 운영 중인 데도 이런 기록을 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도쿄 팝업스토어에서는 클리어 파일, 아크릴 키링, 키홀더, 엽서 세트, 토트백 등 '눈물의 여왕'과 관련된 다양한 MD가 마련됐다. 클리어 파일, 아크릴 키링 등 일부 MD는 연일 품절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번 도쿄 팝업스토어의 성공에 힘입어 오는 8월부터 10월에 걸쳐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일본 3개 지역에 추가로 '눈물의 여왕'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 뿐만 아니라 8월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연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이번 팝업스토어는 일본에서 대히트한 '눈물의 여왕'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기획됐다. 메가히트한 지식재산권(IP)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에도 K드라마를 사랑하는 글로벌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접점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팝업스토어는 2000년대 초반, 미국 대형 할인판매점 타깃이 신규 매장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설치한 임시 매장이 시초로 알려졌다. 초반에는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브랜드의 제품 반응을 살피는 목적으로 운영됐다면, 최근에는 대중문화 콘텐츠와 결합해 팬 이벤트와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방송가에서는 인건비 상승, 프로그램 제작 규모 확대 등으로 콘텐츠 수익률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관련 상품 판매를 통해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이 잘만 된다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반응이다.
특히 한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광고 판매만으로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적자"라며 "얼마 전 시청률 1위 드라마도 50억원 적자가 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기획단계부터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판매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게 당연한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팝업스토어와 방송을 엮은 예능까지 등판했다. 지난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붐, 박세리, 하석진, 브라이언, 곽튜브 등이 출연하는 KBS 2TV '팝업상륙작전'은 '국내 도입이 시급한 해외 유명 맛집들을 현지 맛 그대로 소환한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 제작진은 현대백화점과 손잡고 해외 유명 현지 맛집을 팝업스토어로 운영한다. 셀럽들이 현지에 가서 찾아온 맛집의 메뉴를 팝업스토어로 운영하며 소개하면, 백화점은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정식 매장 운영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지난 22일 더현대에서 선보여진 미국 핫도그 브랜드 더트도그 팝업스토어 역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박세리는 영업종료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방송을 보고 찾아와주셔서 감동이었고, 행복했다"고 전했다. 더트도그 외에 '팝업상륙작전'을 통해 일본 스키지 시장 관광객 필수코스로 꼽히는 마루타케의 일본식 계란말이, 장어계란꼬치 등의 메뉴도 팝업스토어에 나왔다.
방송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팝업스토어는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운영 되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콘텐츠가 많아지고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작품 하나가 잘되기 힘든 만큼, 잘된 IP로 부가사업을 하는 것이 여러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생산적"이라며 "부가수익을 늘리기 위해 여러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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