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돌려받기 전엔 못 간다"…티몬 늑장 대응에 '분노 폭발' [현장+]

입력 2024-07-26 11:07   수정 2024-07-26 16:47



무대응을 고수하던 티몬이 회사를 점거한 소비자들의 항의에 본격적인 환불 절차에 돌입했다. 환불 사례가 나오고는 있지만 위메프와는 달리 '늑장' 환불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26일 오전 10시께 서울 신사동 티몬 사옥. 이날 건물 지하 1층은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날부터 이어진 환불 신청 순번은 1900번 대까지 늘어났다. 현장을 지키는 티몬 직원이 수기로 받던 환불 신청을 "QR 코드로 받겠다"고 하자 곳곳에서는 순번이 밀릴까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티몬은 이날 새벽 0시 40분 본사에서 공식적인 환불 신청을 받기로 결정했다. 현장에서 상황을 지휘하는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위메프보다 대응이 지연된 점 죄송하다"며 "순차적으로 해결해드리려는 계획"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날도 소비자들에게 둘러싸인 권 본부장은 연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소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티몬은 온라인 환불 계좌 등록을 받고 있다. 온라인 카페나 익명 단톡방에서는 '환불을 받았다'는 인증 글도 올라오고 있다. 티몬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대표가 직접 나서 환불 과정을 설명한 위메프와 달리, 사태 발생 수일이 지나도록 대응이 없다 본사가 점거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후속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티몬 사옥은 환불 신청을 완료했음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로 가득하다. 현재 티몬은 상품과 금액 등을 소비자들로부터 일일이 확인받아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인데, 직원이 소수인데다 여행사를 낀 전산 과정마저 신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신모 씨(37)는 "수기로 신청을 마친 소비자들도 직접 눈으로 환불을 확인하기 전까지 사옥을 나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며 "혹시나 집에 갔다 환불이 안 되면 항의조차 못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늑장' 대응이 이어진 만큼 티몬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양모 씨(43)는 "새벽부터 꼬박 환불 신청을 받았는데 오전 9시 30분까지 400번밖에 신청을 못 받은 상황"이라며 "위메프보다 환불 속도가 느린데 티몬을 믿기가 힘들다"고 했다. 한 소비자는 "신청 순번 90번 대에서 여행 상품 두 개 중 하나만 환불받았다"며 "신청 순번대로 환불을 받는 것도 아니라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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