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회사의 성과급 차이는 최근에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올 상반기 성과급(목표달성장려금·TAI)을 기본급의 최대 75%로 정했다. SK하이닉스는 이보다 2배 높은 기본급의 150%를 상반기 성과급(생산성격려금·PI)으로 지급한다. 양사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 등 인재 확보 경쟁에 한창이다.
기업 입장에선 자사 핵심인재가 경쟁사로 옮겨가는 일만큼 뼈아픈 일이 없다. 이 때문에 근로계약 체결 당시 경업금지 조항 등을 넣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또 다른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인재 유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상이다. 앞서 경총 조사에선 이직을 고려 중이라는 응답자의 61.5%는 '금전 보상 불만족'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보상도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연초에 부서별 조직 목표와 개인목표를 수립한 뒤 연말에 1회 보상하는 일반적인 구조에선 핵심인재를 붙잡아두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이달 발간한 '임금정보브리프'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으로는 연중에 발생하는 수많은 성과를 제때 보상할 수 없다.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인 것.
조직 컨설팅 업체 콘페리의 전신규 상무는 노동연구원을 통해 '수시인센티브'를 제안했다. 실제로 수시인센티브를 도입한 한 기업은 이 제도를 시행한 이후 핵심인재 이직률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기업 핵심인재로 분류된 연구개발직 A씨는 "얼마 전 부서장이 본인에게 주어진 보상 권한을 활용해 나에게 수시인센티브를 지급했다"며 "올해 세 번째 받는 수시인센티브인데 내가 하는 일을 인정받는 것 같아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했다.
전 상무는 "노고와 성과에 대한 미래의 약속이 아닌 즉각 보상으로 동기를 자극하고 평가·보상에 대한 신뢰도 높일 수 있다"며 "최소 단위의 부서장이나 업무 책임자에게 일부 보상에 대한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씨도 평가·보상 권한을 넘겨받은 부서장에게서 수시인센티브를 받았다. 이 회사는 수시인센티브에 더해 정기인센티브와 조직성과급을 지급한다. 핵심인재의 경우 리텐션 보너스도 받는다. 리텐션 보너스는 이직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근무한 직원에게 추가로 지급하는 보상금을 말한다.
A씨는 "얼마 전엔 해외 경쟁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주저하지 않고 거절했다"며 "기본급 수준은 스카우트를 제의한 회사가 월등히 높았지만 내가 한 해 동안 받는 인센티브를 고려하면 총연봉에는 큰 차이가 없어서 나에게 그만큼 보상도 하는 회사를 떠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전 상무는 "핵심인재와 범용인재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어 개인역량 발전과 조직성과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핵심인재가 누구인지, 핵심인재 선발·보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투명하게 운영해 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서장 관리 역량 강화와 관련해선 "성과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같게 보상하거나 성과보다는 인간관계에 따라 보상하는 등으로 인해 보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면 조직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계속해서 부서장의 역량 강화 교육을 시행하고 보상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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