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상반기 이자이익만 25조…IB·카드·증권업도 선전

입력 2024-07-26 18:16   수정 2024-07-27 01:26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는 실적.’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KB금융을 분석한 증권사(DS투자증권)의 보고서 제목이다. KB만의 얘기가 아니다. KB를 비롯해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완전히 씻어내며 일제히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실적을 낸 것은 각 금융그룹의 주축인 은행들이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쌍끌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보험, 카드, 증권 등 핵심 자회사들이 호실적을 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가계 빚 폭증을 우려한 정부가 시중은행에 인위적으로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하는 ‘관치(官治) 금리’에 따른 반사이익이 더해질 경우 5대 금융의 연간 순이익이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
26일 금융그룹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잇따라 낸 가장 큰 배경은 대출자산 증가다. 농협금융을 제외한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원화대출금은 올해 들어 57조원가량 폭증했다. 당국의 가계부채 속도 조절 압박에도 주택담보대출 등이 늘었다.

여기다 기업대출마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대 금융의 기업대출은 약 706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36조원가량 증가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기업금융 쟁탈전이 올해 들어 정점으로 치달은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면서 은행들이 너도나도 기업금융 확대를 위해 사활을 건 여파”라고 평가했다.

‘이자 장사’라는 질타를 받던 금융그룹의 수익원이 다각화된 것도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자산관리(WM)를 비롯해 해외 투자은행(IB), 카드·증권 수수료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성과가 났다. 우리금융은 그룹 전체 비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45.1%나 급증했다. 신한과 농협 역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우호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비이자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5대 금융의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홍콩 ELS 손실 배상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대비한 충당금을 반영한 채 이뤄졌다. 5대 금융지주의 올 2분기 순이익은 6조2266억원으로 작년 동기(5조398억원) 대비 23.55% 증가했다. 2020년 3조2578억원에서 불과 4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다만 시장 금리 하락과 대출 경쟁 여파로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소폭 하락했다.
○악재 없는 호시절 이어지나
비은행 계열사가 약진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각 그룹 계열 증권사 대부분이 좋은 실적을 냈다. KB증권은 상반기 376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2016년 KB금융에 인수된 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저효과가 더해진 하나증권은 작년 상반기 대비 순이익이 278.6%나 뛰었다.

카드사들도 수수료 순이익이 크게 늘면서 약진했다. 신한, 하나카드는 반기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2.4%, 60.7%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금융그룹들의 호시절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대출 성장세가 하반기 들어 둔화할 수 있지만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크게 줄어들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지금 추세라면 5대 금융의 연간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관치 금리’ 덕분에 당분간 이자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가계 빚 증가를 막기 위해 시장 금리와 정반대로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도록 압박하고 있어서다.

시장 예상을 깬 호실적과 통 큰 주주환원책 발표에 시장도 환호했다. 이날 우리금융과 신한지주 주가는 각각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채 마감했다.

박재원/정의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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