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연속혈당측정기(CGM) 회사로 꼽히는 덱스콤 주가가 40% 넘게 급락했다. 회사 측이 2분기 보고서를 통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다. 일각에선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 사용이 늘면 CGM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덱스콤은 지난 25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올해 매출 전망치를 40억~40억5000만달러로 조정했다. 앞서 1분기에 예상했던 42억~43억5000만달러보다 낮춘 것이다.
매출 전망을 줄인 이유에 대해서 회사 측은 영업 인력을 늘리지 않으면서 신규 환자 유입 규모가 줄어드는 데다 환자 당 매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케빈 세이어 최고경영자(CEO)는 "올초 처방전 없는 사람도 쓸 수 있는 웨어러블 혈당측정기 '스텔로'를 출시한 뒤 영업팀을 재편했다"며 "연속혈당측정기 'G7' 환급 규모가 예상보다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신제품인 G7이 출시되면서 판매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확대한 게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덱스콤은 G7의 환급 규모가 이전 제품인 G6보다 2~3배 정도 빠르게 늘었다고 평가했다. 신규 환자가 제품을 쉽게 선택하는 데엔 도움이 되지만 3분기까지 실적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식이 전해진 뒤 26일 덱스콤 주가는 40.7% 급락했다. 하루 만에 이 회사 시가총액이 170억달러(약 23조5500억원) 넘게 사라졌다고 CNBC는 보도했다.
미국 주식시장에선 GLP-1 비만약 활용이 늘면서 2형 당뇨병 환자 등이 줄면 CGM 수요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재러드 홀츠 미즈호 애널리스트는 "추후 덱스콤의 사업이 GLP-1 영향을 받지 않을 순 없을 것"이라며 "업계가 체중 감량 치료제를 쓰기 시작한 수천만명의 환자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실적 하락은 이런 GLP-1 영향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투자시장의 평가다. JP모간은 덱스콤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급격히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를 통해 "아직 명확치 않지만 이번 실적 조정은 업체 측의 내부 문제 탓에 생긴 것"이라며 "GLP-1 출시로 인한 시장 전망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리링크는 보고서를 통해 "주가 하락세가 지나치게 크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문제가 덱스콤의 장기적인 성장세 등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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