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당국이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고가의 건물과 부동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맡겨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나진이)는 A씨가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5월 12일 아버지가 사망하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건물 등 부동산을 상속받았다. 그 해 11월 A씨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60조 3항과 61조가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부동산 가액을 약 141억 원으로 평가한 뒤 상속세 약 97억 원을 신고·납부납부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022년 4월 상속세 조사를 하면서 2개 감정기관에 가격산정일을 상속개시일로 하고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A씨도 2개 감정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같은 해 서울지방국세청장은 5월 4개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 평균인 332억 원을 시가로 봐야 한다는 결과를 성동세무서장에게 통보했다.
이에 따라 10월 성동세무서장은 A씨에게 가산세 약 1575만 원을 포함해 상속세 약 96억 원을 증액경정·고지했다. A씨 측은 "상속재산에 대해 기존 감정가액 등이 없는 경우 과세관청이 감정평가를 의뢰할 권한이 없다"며 불복해 소송을 냈다. 또한 "과세관청이 상증세법 시행령 49조 1항에 따라 '기존 감정가액 등이 없는 경우에도 감정평가 의뢰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과세관청이 사후·임의적으로 감정가액을 시가로 할 수 있는 자의적 재량을 갖기 때문에 조세법률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과세관청은 납세의무자가 제시한 감정가액 등 기존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감정을 의뢰할 수 있다"며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 줬다. 재판부는 "상속세는 부과과세 방식의 조세로서 납세의무자의 신고는 과세관청의 조사결정을 위한 협력의무에 불과하다"며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는 때에 조세채무가 확정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속세 신고를 받은 과세관청은 정당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조사·결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감정을 의뢰하는 것은 이러한 부과과세 방식의 조세에서 과세관청의 정당한 권한"이라고 짚었다.
상속재산 시가를 유사한 물건과 비교할 수 있는 아파트·오피스텔과 달리, 고가의 건물과 토지는 비교대상 물건을 찾기 어려워 납세의무자들이 공시가격으로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납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동산 중 공시가격과 시가의 차이가 지나치게 큰 것으로 보이는 일부 고가의 상속·증여 부동산을 대상으로 과세관청이 감정을 실시해 시가를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송종현 한경닷컴 뉴스국장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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