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처음으로 친구를 따라 스트레이키즈 콘서트를 다녀온 이후 제 플레이리스트에는 K팝 노래만 있어요.”
지난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애비게일 헤네시(26)는 “K팝은 미국 팝과 달리 팬들과의 상호작용이 많아 푹 빠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사는 헤네시는 ‘케이콘(KCON) LA 2024’에 참석하기 위해 자신에게 처음 K팝을 소개해준 친구인 에밀리 토퍼(23)와 함께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의 LA에 왔다.
이들이 케이콘에 참석한 건 올해로 2년째. 사흘간 열리는 행사를 모두 참석하기 위해 850달러(약 118만원)짜리 티켓을 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K드라마를 접하며 K컬처에 입문했다는 토퍼는 “친구와 2주일 이상의 일정으로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날에만 4만 명...인산인해
헤네시와 토퍼뿐만이 아니다. 케이콘이 열린 크립토닷컴 아레나와 LA 컨벤션센터 일대는 좋아하는 K팝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온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CJ ENM이 주최한 케이콘은 26일부터 28일까지 열렸으며 첫날에만 4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전체 관람객은 12만 명으로 추산된다.
케이콘에서는 K팝 아티스트들의 콘서트만 열리는 게 아니다. 오전 9시30분부터 K팝 팬들의 커버 댄스 오디션 ‘드림스테이지’가, 10시부터는 아티스트와 팬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미트 앤 그리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컨벤션센터 내부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중간중간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와 토크쇼가 열렸다.
오후 6시30분 시작된 ‘엠카운트다운’은 행사의 백미였다. 두 번째 무대로 제로베이스원이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자신의 ‘최애’ 멤버 이름을 외쳤다. 가수 비비의 ‘밤양갱’ 무대 때는 관객들이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이라는 어려운 발음의 한국어 가사를 ‘떼창’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엠카운트다운의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 샤이니 태민의 무대가 쌍방향 무대의 화룡점정이었다. 태민이 2017년 발매한 ‘MOVE’를 부르기 시작하자 40여 명이 무대 위에 올랐다. 모두 이날 오전 드림스테이지 오디션을 통과한 팬들이다. 인종, 성별, 연령도 모두 다른 이들은 태민과 함께 완벽한 군무를 선보였다
"성별 인종과 상관없이 K팝 팬"
올해 케이콘 공연장을 찾은 관객 중 아시아인은 약 30%에 불과했다. K팝은 미국에서 10대 여성 아시아인 사이에서만 인기 있는 ‘서브컬처’에 불과하다는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4시간 넘게 운전해서 왔다는 레이븐 데모라(27)는 “직장 동료들은 성별, 인종, 나이 상관없이 K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미국 CW네트워크 방송은 마지막 날인 28일 엠카운트다운 무대를 생중계한다. 미국 지상파 방송에서 K팝 관련 행사를 생중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틱톡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류 제품 및 서비스 시장 규모는 760억달러(약 105조원)에 달한다. 2030년에는 K컬처 시장이 올해 대비 88% 늘어난 1430억달러(약 200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팝 열풍은 K뷰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컨벤션센터에 설치된 360㎡ 규모의 CJ올리브영 부스에는 오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방문객들은 70여 개 국내 브랜드 제품 약 200개 제품을 일일이 테스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홍기은 CJ올리브영 글로벌사업부 상무는 “최근 1년 새 올리브영 글로벌 앱 회원 수가 두 배 늘었다”며 “현장을 찾은 K팝 팬들의 유입 효과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2012년 LA 근교 어바인에서 처음 시작한 케이콘은 K팝의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종전에 케이콘이 아이돌그룹 위주의 행사였다면, 효린·지코·비비 등 솔로 가수나 타이거JK 등 힙합 가수 등으로 장르를 다양화한 게 대표적이다. 신형관 CJ ENM 음악콘텐츠사업본부장은 “지금은 미국인들의 삶의 방식 깊숙이 들어온 힙합이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언더그라운드 문화였다”며 “K컬처도 미국인들 삶에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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