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율 1위’. 한국의 부실한 노후복지 제도와 빈곤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등장하는 표현이다. 실제 한국의 노인빈곤율(소득 기준)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회원국 평균(14.2%)과 비교하면 세 배에 달한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국내 고령층이 가난해서가 아니라 쓸 수 있는 현금이 없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가구의 평균 자산은 지난해 기준 5억714만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부동산이 4억1242만원으로 81.3%에 이른다. 반면 당장 현금화해 쓸 수 있는 금융자산은 15.9%(8080만원)에 불과해 소득 기준으로 집계되는 노인빈곤율은 높을 수밖에 없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공기업인 주택금융공사에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해당 집에 살기만 하면 평생 매월 일정한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부부 중 한 명이라도 나이가 55세 이상이면서 소유 주택의 공시가격이 12억원(시세 약 17억원) 이하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매달 받는 수령액은 가입자뿐만 아니라 배우자까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지급된다.
그렇다면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달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 시점의 시장금리와 가입자 나이, 주택 가격에 따라 다르다. 가입 시점의 시장금리가 낮을수록, 가입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주택 가격이 비쌀수록 매달 받는 수령액은 커지는 구조다.
예컨대 70세 고령자가 현재 시세가 3억원인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사망할 때까지 매달 88만6000원을 받는다. 동일한 나이에 시세가 12억원인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엔 매달 지급받는 주택연금이 327만8000원에 달한다. 최소 가입연령인 55세에 시세가 12억원인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달 174만7000원을 평생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주택연금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우려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 가입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하면 해당 주택을 처분하고, 처분금액이 그동안의 연금지급총액(이자 합산)보다 크면 차액을 자녀에게 물려준다. 자녀가 해당 주택에 반드시 계속 살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상속을 걱정할 필요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받게 될 수령액은 가입 시점의 주택 시세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미래에 주택 가격이 뛰어올라도 주택연금 수령액은 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래에 집값이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동시에 당장 현금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주택연금 가입 시기를 늦추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택연금을 해지하는 가입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해지 건수는 올 1~4월 총 1222건으로, 전년 동기(1040건) 대비 17.5% 늘었다. 하지만 주택연금을 해지하면 향후 3년간 주택연금 재가입이 제한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집값이 상승할 때마다 수시로 주택연금 가입과 재가입을 반복하는 ‘꼼수’를 막기 위한 규정이다. 또 주택연금을 해지하려면 그동안 받은 매달 수령액에 이자를 합산한 금액을 주택금융공사에 상환해야 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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