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정당정치는 민생이다

입력 2024-07-28 17:32   수정 2024-07-29 00:31

정당은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국민의 요구가 국회와 행정부를 통해 수용되는 과정이 정치이고, 그 정치 과정의 중심에 정당이 있다. 국민의 다양한 요구가 정부나 국회에 전달되는 대의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정당의 위기’가 왔다는 주장이 있지만, 여전히 정당은 중요하다. 권력은 세습될 수 없고, 오직 정당을 통한 집권만이 정통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당 당권 장악은 권력을 향한 첫걸음이 된다. 총선에서 승리한 다수당의 당수가 총리가 되고 그림자 정부(shadow cabinet)가 행정부를 구성하는 제도가 내각제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을 집권당이 입법과 예산을 통해 뒷받침하는 구조가 대통령제다. 이렇게 정당은 권력 창출과 유지에 필수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대통령과 정당의 ‘운명공동체적 관계’ 때문에 대통령은 당총재를 겸임하며 당권을 놓지 않았다. 당대표가 있었지만 당 운영을 맡을 뿐, ‘당정 일치’였다. ‘당정 분리’는 제왕적 총재로 군림했던 3김(金) 시대가 끝나면서 등장했다. 3김이 총재로 당을 이끌며 대선도 치르는 과정에서 ‘보스정치’의 부작용이 생겼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당권과 대권의 분리가 필요했다. 공당이 대권주자의 사당(私黨)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주목할 것은 당·정 운명공동체가 깨지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때는 탄핵소추, 박근혜 대통령 때는 탄핵소추와 정권 몰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당·정 운명공동체론과 당·정 일치론은 구분돼야 한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의 ‘당·정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맞지만 일견 틀리다. 정권 유지를 위해 ‘원팀’이 돼야 하겠지만 정권 성공을 위해서는 당·정이 수직관계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수평관계가 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일극 체제로는 좋은 통치 거버넌스를 창출하기 어렵다. 레드팀 견제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을 끝낸 정당들이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를 뽑고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잡음이 많아 ‘분당대회’라 불렸던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동훈 후보가 대표로 선출되며 끝났고, 민주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경선을 진행 중이다. 핵심은 여야의 전당대회에서 ‘민생’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대표 출마 선언에서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성장의 회복과 지속이 핵심이라고 했지만, 정작 민주당은 국회에서 ‘특검법’, 탄핵, ‘방송법’에 몰두하고 있다. 모순적이다. 한동훈 대표 역시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미래를 위해 더 유능해지자”고 외쳤지만 성장 비전 제시나 민생 제안은 없었다. 당대표 후보자 모두 ‘배신자 논쟁’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에만 몰두했다.

지금 국민은 고물가, 기업은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다. 소비 위축이 겹치며 자영업이 한계에 몰리고 있다. 거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가 고용 감소와 폐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 상권분석 플랫폼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외식업체 수가 코로나가 가장 극심했던 2020년보다 82.6% 급증했다고 한다. 올해 폐업률은 최고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청약은 과열되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18주째 이어져 문재인 정부의 ‘미친 집값’ 재연을 우려할 상황인데도 정부 대책은 미지근하다.

정치의 본질은 민생이다. 외교·안보·이념도 있지만 결국은 국민을 편안하고 풍족하게 살게 하는 방향으로 귀결돼야 한다. 그럼에도 거대 야당은 대통령을 무력화시키고 꼬투리 잡아 탄핵에 이르고자 하는 집단무의식에 빠져 있다. 민생을 제일 앞에 둬야 한다.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 신뢰는 없고 다음 대선도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정권 출범 당시 약속한 3대 국정과제 추진에 매진해야 한다. 노동, 교육, 연금 개혁 중 어느 하나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야당의 비협조는 극복할 대상이지 핑계가 돼서는 곤란하다.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은 아직도 ‘검토’ 중이다. 용산과 여당은 노래 가사처럼 ‘여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있다. ‘여사’가 국민보다 클 수 없다. 대통령과 여당 모두 민생이 최우선이며, 국민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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