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2년 만에 올림픽 현장을 찾아 테슬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코카콜라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연쇄 회동했다. 전 세계 정·재계 거물이 총집결하는 올림픽을 ‘비즈니스 미팅 기회’로 활용한 셈이다. 1998년부터 올림픽을 후원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도요타 인텔 등과 함께 전 세계 기업 중 15개뿐인 ‘최상위 등급 스폰서’(TOP·The Olympic Partner)다.
이 회장은 같은 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프랑스 대통령실이 공동 주최한 ‘파리올림픽 개막 전야 만찬’에도 참석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이날 만찬에는 필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프레데릭 10세 덴마크 국왕, 알베르 2세 모나코 왕자 등 정상급 인사가 다수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와 별도로 올림픽 기간에 페터르 베닝크 전 ASML CEO 등 수십 명의 기업인과 개별 미팅을 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수많은 일정을 제쳐두고 파리로 날아간 것은 올림픽을 삼성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마케팅 무대이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는 비즈니스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데다 내로라하는 기업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올림픽은 글로벌 기업이라면 놓쳐선 안 되는 빅 이벤트”라며 “이 회장이 파리행(行) 비행기에 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올림픽 선수촌에 ‘삼성 올림픽 체험관’을 마련하고 모든 선수(1만7000여 명)에게 ‘갤럭시Z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지급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올림픽 최상위 후원사는 주로 미국(6개사) 일본(3개사) 중국(2개사) 기업들이다. 후원사를 보유한 국가들은 배후에서 IOC에 입김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후원을 중단하면 경쟁국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가 재계와 스포츠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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