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은평구와 인접한 고양시 덕양구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이 급감하면서 덕양구로 수요가 유입되고 있어서다. 반면 고양시의 대표 신도시인 일산은 재건축 호재가 부담으로 작용하며 집값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덕양구만 오르는 고양 집값…"서울 집값과 키 맞추기"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덕양구 곳곳에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DMC한강에일린의뜰' 전용면적 106㎡가 지난달 13억3000만원(17층)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달 직전 거래인 12억원(8층)에서 1억3000만원 높은 액수다.앞서 지난 6월에는 인근 'DMC디에트르한강', 'DMC자이더리버', 'DMC한강자이더헤리티지'가 나란히 신고가를 쏟아냈다. DMC디에트르한강 전용 84㎡는 11억2500만원(15층), DMC자이더리버 전용 84㎡는 11억1500만원(12층), DMC한강자이더헤리티지 전용 84㎡도 11억4000만원(11층)에 신고가를 썼다.
덕은동 개업중개사는 "서울 집값이 오르니 '마포구 덕은동' 집값이 오르는 것도 당연하다"며 "그간 대중교통이 열악해 문제였는데, 대장홍대선이 연내 착공한다는 소식에 집값이 연초 대비 1억원 이상 올랐다"고 설명했다. 대장홍대선은 덕은역을 지날 예정이다.
덕양구에서 덕은지구 집값만 오른 것은 아니다. 덕양구 도내동 '도래울센트럴더힐' 전용 84㎡는 지난달 6억4500만원(6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고, 지축동 '지축역한림풀에버' 전용 72㎡도 7억5000만원(22층)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덕양구, 올해 1.7% 상승…서울 신축 부족에 수요 확산
최근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트렌드 확산 속 관련 수요가 은평뉴타운 등에서 넘어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축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인근 은평뉴타운도 상당수 아파트가 준공 15년을 넘어가고 있다"며 "인근에서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찾아볼 수 없는 만큼, 은평뉴타운 가격과 키 맞추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대 분위기를 전했다.이어 "3기 신도시 계획이 세워지고 덕양구 집값이 일산을 앞질렀다"며 "고양에서는 일산이 유명하다 보니 예전엔 '일산 쪽에 산다'고 하던 사람들도 이젠 '서울 옆 덕양구에 산다'고 내세우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덕양구는 7월 넷째 주 0.12% 오르며 고양시에서 유일하게 상승했다. 올해 누적으로 1.7% 상승을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이 감소하고 집값이 오르면서 서울 인근으로 주택 수요가 확산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서울에서 정비사업으로 올해 분양된 물량(임대 포함)은 8251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조사한 올해 계획 물량이 4만5359가구였는데, 18.2%만 분양이 이뤄진 것이다. 연내 분양 계획을 두고도 아직 일정을 정하지 못한 단지가 서울 내 24곳, 총 2만7270가구 규모로 추산된다.
다만 이러한 수요 확산이 고양시의 대표 신도시인 일산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 올해 일산동구 집값은 2.27%, 일산서구는 2.22%씩 하락했다. 가격 측면에서도 덕양구가 일산을 앞지른 지 오래다.
일산 동·서구는 2%대 하락…"재건축 의구심 반영"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기준 고양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당 2045만원을 기록했다. 덕양구가 2199만78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일산동구가 2103만7500원, 일산서구는 1819만6200원으로 뒤를 이었다.개별 단지를 살펴봐도 일산 아파트 값은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일산서구 일산동 '후곡13단지태영' 전용 83㎡는 지난달 22일 4억9000만원(10층)에 팔려 직전 거래인 지난달 5일 5억2400만원(7층)에서 3400만원 내렸다.
근처 '후곡9단지LG롯데' 전용 72㎡도 4억9000만원(17층)에 팔리면서 5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14단지두산' 전용 59㎡ 역시 4억3000만원(12층)에 거래되며 하락세를 유지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선도지구 경쟁이 활발해지며 일산의 거래량은 다소 늘었지만 가격은 여전히 약세"라며 "정비사업도 시세가 받쳐줘야 가능하다. 3.3㎡당 2000만원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는 일반분양가를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일산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재건축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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