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첫 도전 우려 날렸다…뉴페이스들의 '금빛 화살'

입력 2024-07-29 15:25   수정 2024-07-30 01:10


양궁도 ‘멘털 스포츠’다. 70m 떨어진 사대에서 지름 12.2㎝ 10점 과녁에 화살을 꽂으려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상대 선수의 점수, 바람과 소음 등 신경 쓸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큰 무대를 여러 번 겪어봐야 중압감을 이겨내는 법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세계 최강으로 군림해온 한국 여자 양궁의 위기론도 경험 부족에서 비롯했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 전까지도 여자 양궁 대표팀의 단체전 금메달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에이스 임시현(21)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을 차지했지만 올림픽은 처음이었다. 맏언니 전훈영(30)과 막내 남수현(19)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국제대회 경험도 많지 않았다.

‘풋내기들’이라는 눈초리에도 대표팀은 흔들리지 않았다. “호흡을 맞춰가는 단계”라고 입을 모으던 세 선수는 29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안치쉬안, 리자만, 양샤오레이로 팀을 꾸린 중국을 5-4(56-53 55-54 51-54 53-55 <29-27>)로 물리쳤다.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 종목에서 우승한 한국 양궁은 이로써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대기록을 세운 풋내기들의 중심에는 에이스 임시현이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2년 연속 1위로 통과해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그는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는 전훈영과 남수현이 흔들릴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했다.

실질적 리더인 임시현은 이날 결승전에서도 에이스의 면모를 제대로 뽐냈다. 결승전에서 펼쳐진 슛오프에선 마지막 차례로 나서 10점을 명중했다. 9점과 10점 사이에 꽂힌 화살이 10점으로 인정되며 한국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임시현은 “우리 도전이 역사가 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무명에 가깝던 전훈영은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결승전 첫 사수로 나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10점을 맞혀 동생들의 부담을 줄여줬다.

특히 슛오프에서 첫 발을 10점에 명중시켜 금메달로 이끈 전훈영은 “짧지 않은 선발전과 평가전을 다 뚫고 올라왔다”며 “걱정과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공정하게 선발됐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인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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