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몇 번 해볼 때는 재밌었는데, 얼굴이 계속 똑같이 나오니까 질려요."
사진 애플리케이션(앱) 스노우(SNOW)의 유료 인공지능(AI) 프로필 서비스를 이용해 본 이수민 씨(29)는 이 같은 평을 남겼다. 그는 "다들 하길래 재미로 해봤는데 하면 할수록 내 얼굴이 아닌 것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면서 "사진 앱으로 보정하는 경우는 내 얼굴을 직접 수정하는 거라 자연스럽지만, AI 프로필의 경우 가상 인물에다 직접 경험도 아니니 와닿지 않았다"고 했다.
한때 열풍을 일으킨 AI 프로필 서비스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AI 프로필 인기의 중심에 있던 네이버 사진 서비스 '스노우'와 '에픽' 이용자 수가 대폭 감소했다. 카카오는 출시 1년 만에 같은 취지의 사업인 '칼로 AI'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앱들 사정도 비슷하다. 하루 한 번 무료 AI 프로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럿(Carat)'도 지난 4월 MAU 45만명에서 지난달엔 34만명으로 10만명 이상 감소했다.
언급량 또한 크게 줄었다. 키워드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8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AI 프로필'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95.33% 급감했다.
카카오는 아예 사업을 접었다. 사업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달 AI 프로필 이미지 생성 서비스 칼로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한 것. 라이어로켓도 지난해 3월 출시한 이미지 생성 AI 플랫폼 서비스 '포킷'을 이달 말까지만 운영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는 AI 증명사진뿐 아니라 1990년대 미국 졸업사진, 2세 만들기, 웨딩 콘셉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 방송인 유병재 등이 SNS를 통해 공개한 AI 프로필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뜨거운 인기로 인해 스노우에서 AI 프로필 서비스 접속 지연 대란과 함께 '1시간 내 프로필 제공(Standard)', '24시간 내 프로필 제공(Express)' 상품이 모두 품절됐다. 스노우는 출시 이벤트로 2200원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1시간 대기 상품은 6600원, 24시간 대기 상품은 33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스노우와 에픽의 매출도 껑충 뛰었다.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 스토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5년 출시된 스노우는 지난해에만 그간 누적 매출액의 93%에 이르는 2600만달러(359억138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1년 출시된 에픽은 지난해 매출만 누적 매출액의 99%(1460만달러·201억6698만원)에 달했다.
AI 프로필 앱을 2개 이상 이용해 봤다는 직장인 김세아 씨(27)는 "유행할 당시엔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서 유료여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몇 번 해보고 나니 다양한 버전의 AI 프로필이 나와도 비슷비슷하단 느낌을 받아 식상했다"며 "특히 손이라든가 눈동자 같은 부위에서 표현이 미흡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직접 AI 프로필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결과 기대보단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 표정 표현, 손가락 등에서 어색한 부분이 포착됐다. 언뜻 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손 마디, 손톱 표현 등이 미흡했다. 어떤 사진은 아예 손톱이 생성되지 않기도 했다.
AI가 세부적 표현이 어색한 이유는 '과도한 데이터 양' 탓이다. AI가 사람의 모습을 학습할 때 눈, 코, 입 등은 어느 정도 비슷한 형태와 위치에 있지만 손 같은 경우는 위치도 모양도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습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또한 AI는 사람을 표현할 때 얼굴, 몸, 팔, 다리 등을 주요한 신체 부위로 인식하지만 손가락, 발가락 등은 인간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이유로 AI는 결과를 뽑아내는 데 힘을 덜 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묘사에 디테일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AI 프로필 서비스가 다시 살아나려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인 개발과 연구가 필요하다"며 "AI 프로필을 연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후속 서비스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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