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55) 축구대표팀 사령탑이 현장과 행정을 아우른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 이상 성적을 약속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홍명보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한국 축구를 이끌 적임자로 충분하다고 축구 팬들을 설득했다. 홍 감독은 “나는 연령별 대표팀을 지도했고,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행정을 경험했다”며 “이후 현장에 복귀해 K리그의 중요성을 경험했다”고 자신의 커리어를 내세웠다.
홍 감독은 2005년 ‘아드보카트호’의 수석코치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20세 이하(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2012년에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에 동메달을 선사했다. 2014년에는 A대표팀 사령탑으로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했으나 1무 2패로 쓴맛을 봤다.
이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지냈고, 2021년부터 3년 반 동안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의 사령탑으로 K리그 현장을 누볐다. “협회 전무이사직을 떠난 뒤 2022 카타르 월드컵,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등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는 홍 감독은 “누군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물론 내가 아니더라도 더 훌륭한 분이 될 수도 있었지만, 내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양분으로 삼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16강 이상을 바라보겠다고 선언했다. “10년 전엔 실패했다”고 인정한 그는 ‘2024년의 홍명보’는 달라졌음을 강조했다. 홍 감독은 “당시엔 아는 선수만 뽑는다는 인맥 축구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그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경기에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돌아봤다.
10년이 지난 지금, 홍 감독은 자신이 K리그에 정통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K리그에서 3년 반 동안 생활했다”며 “팀에 헌신할 선수나, 경기의 흐름을 바꿀 선수들의 리스트가 머릿속에 있다는 게 매우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떠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울산 HD 팬들과 K리그 팬들을 향해선 “저의 선택이 실망감을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은 스스로 변한다는 마음이다. 자신을 대표하던 ‘카리스마’도 벗어 던질 생각이다. 홍 감독은 “카리스마는 내가 가진 하나의 특징이지만, 이게 나의 전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며 “그런 형태의 팀 운영 방법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수단을 이끌기 위한 키워드로 ‘존중·대화·책임·헌신’을 제시하고 팀 내 분위기를 수평적으로 만들겠다고도 선언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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