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현대적 계승. 우리의 전통 예술을 이어가는 모든 예술가에게 주어진 숙제다. 젊은 소리꾼 김준수의 첫 단독 공연에서는 우리 소리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공연 <창(唱): 꿈꾸다>의 제목에 대해 그는 “우리의 소리가 세계에 울려 퍼지는 그날을 꿈꾼다”고 소개한다.
이 마음가짐은 악기 편성에서부터 드러났다. 한편에는 해금 피리 장구 꽹과리 등 전통 악기가, 다른 한편에는 피아노 키보드 전자기타 드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무대를 둘러쌌다.
국악과 서양 악기가 소리꾼 김준수의 목소리로 하나로 어우러졌다. 전통 판소리로 시작해 발라드 음악부터 소리꾼 유태평양과의 듀엣 무대와 록 반주가 더해진 창까지. 국악의 뿌리부터 장르를 뛰어넘는 음악으로 1시간30분을 채웠다.
우리 소리의 범용성이 눈에 띄는 시간이었다. 국악을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대부분 사람에게 판소리라면 흔히 단조롭고 구슬픈 창이 연상되기 마련. 이런 편견을 정면으로 거스르듯 발라드, 재즈 등 국악을 다양한 그릇에 담아 선보였다. 단순히 다른 장르의 음악을 기계적으로 전통 창법으로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소리 안에 내재한 다양성을 끌어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판소리 <춘향가> 중 <어사출두>. 우리 소리의 다채로움을 가장 잘 보여준 노래다. 익살스럽게 빠른 가사를 뱉어내며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대사는 운율과 박자가 두드러지는 힙합을 연상하게 했다. 악기가 돌아가며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자기 악기를 자유롭게 뽐내는 순간에는 재즈가 있었다. 우리 전통 현악기인 해금과 전자기타가 연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자 머리끝이 짜릿해졌다.
‘판소리가 어떻게 하면 재밌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 소리에 내재한 다양성과 범용성이 느껴지는 공연. 우리 소리 안에는 재즈도 있고, 힙합도 있다는 사실을 젊은 소리꾼 김준수가 보여줬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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