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를 주도하던 반도체 등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주춤하자 투자자들이 대안 찾기에 나섰다. 반도체주를 매도한 외국인들은 배당주와 조선, 바이오, 방위산업주를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 증시 최대 주도 세력인 외국인들의 선택을 당분간 따라가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바이오·방산이 증시 반등 주도
2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3% 오른 2765.53에 마감했다. 자칫 2700선마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10거래일 중 8일을 순매도한 외국인이 이날은 444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기관도 777억원어치를 사들였고 개인은 484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이날 지수 상승을 이끈 것은 반도체보다는 금융, 방산, 바이오 등의 종목이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을 공시한 지난 26일 6.42% 오른 신한지주는 이날도 4.66% 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KB금융은 26일 4.64% 오른 데 이어 이날 3.3% 뛰어올랐다. 메리츠금융지주도 2.09%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도 이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73% 상승한 94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95만원까지 올라서며 52주 신고가를 또 한번 경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들어서만 29.29% 급등하며 랠리를 펼치는 중이다. 셀트리온 역시 4.5% 오른 20만9000원에 마감했다. 방산주도 불을 뿜었다. 방산 대장주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4% 급등한 32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국항공우주는 6.85% 급등했다.
“외국인 투자 따라가기 전략 유효”
이날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신한지주 한국항공우주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금융 방산 바이오 종목이 포함됐다. 최근 2주(15~29일)로 범위를 넓히면 삼성중공업(1위), 삼성바이오로직스(2위), 알테오젠(7위), 한화에어로스페이스(5위), 우리금융지주(4위), KT&G(6위) 등 조선·바이오·방산·금융주가 대거 상위에 올랐다.순매도 1위와 2위는 각각 SK하이닉스(-1조7083억원)와 삼성전자(-3331억원)다. 이 기간에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938억원을 순매도했는데, ‘반도체 투톱’의 순매도액은 2조414억원에 달한다. 이를 제외하면 오히려 8476억원어치를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들였다. 고점 논란에 조정받는 반도체주를 서둘러 차익 실현하고 조선·바이오·방산·배당주로 피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KT&G는 최근 2주 동안 외국인이 115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최근 6개월 순매수액인 947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주와 배당주의 대명사인 KT&G 등이 외국인 매수 상위 종목에 오른 것은 변동성을 피해 안전 자산으로 투자를 배분했다는 의미”라며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떠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약 15년 만의 실적 슈퍼사이클이 예상되는 조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트레이딩 수혜주인 방산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다. 바이오는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과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수급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며 “외국인의 투자 방향을 따라가는 것도 변동성 장세에서 좋은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박한신/양현주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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