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폭염 발생에 대비해 노동 인권 보호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지난 7월 26일, 일본 도쿄에서는 ‘히트 솔루션(Heat Solution)’ 엑스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 행사는 이른바 뜨거운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위한 냉각 조끼, 실내 미스트 방출기 등 솔루션 관련 전시를 진행했는데, 역대 최대 인원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아시아 편집장은 과거에는 이 행사가 일부 업체들이 폭염에 대한 사고를 예방하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이제는 다수의 업체가 폭염에 대한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한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엑스포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열 관련 직업병 비율은 전년 대비 16.4%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신규 사업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에 이목이 쏠린다.
히트 솔루션 엑스포에 참가한 기업 외에도 바이에르 크롭사이언스(Bayer Crop Science)나 코르테바(Corteva) 역시 역대 최대 주가를 경신했다. 열에 대한 모니터링 기술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SU), 존슨 컨트롤(Johnson Control, JCI)은 기업의 에너지 비용 절감 수요 증가로 실적과 주가가 우상향을 보였다.
ESG 투자자, 기후변화 대응 능력 평가 고려해야
폭염 발생은 물가상승을 야기하는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을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또는 ‘기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경영자 관점에서 히트플레이션을 살펴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더위, 가뭄, 홍수 등은 농작물 수확량 감소, 에너지 수요 증가, 공급망 붕괴 등을 야기한다. 이는 곧바로 식료품 가격 상승, 전기요금 인상, 물류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또 에어컨 사용 증가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기요금도 크게 오른다.
경쟁사 대비 원가를 통제할 수 있는 기업은 가격을 낮춰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탈환할 수 있지만, 폭염의 급증은 해당 산업 기업이 공통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형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월드뱅크 그룹은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8%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ESG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제표로 알 수 있는 수익성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기업들도 기후변화를 단순한 리스크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한다.
히트플레이션은 이제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은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성장을 좌우한다. 단순히 경제지표만 볼 것이 아니라 날씨와 기후변화까지 고려하는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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