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성과급 산정 기준엔 회사 기밀이 포함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삼성 경영진이 태세를 전환한 배경이다. 오래된 성과급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게 회사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선 임원이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성과에 큰 보상’ 원칙을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 영향이 컸다. 2014년 성과급 명칭이 PS에서 OPI로 바뀌었지만 큰 틀은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0년 넘게 삼성의 인재 제일 철학을 굳건하게 하는 밑거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가 생긴 건 건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커지고 주력인 반도체가 매년 50조원 수준의 투자가 필요한 산업으로 변하면서부터다. OPI의 기준이 되는 연간 목표 이익을 정할 때 세금뿐만 아니라 시설투자액, 자본조달 비용 등 감안할 게 많아졌다. 하나같이 직원들에게 자세하게 공개할 수 없는 ‘기업 기밀’이다.
게다가 조직 내 비중이 커진 1980년대 이후 태어난 MZ세대 직원들은 회사에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현재 직원들이 원하는 건 회사 측이 정하는 ‘목표 영업이익’이 아니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주는 것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의 경쟁사인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말 성과급 지급 방식을 ‘영업이익의 10%’ 범위 내에서 주는 것으로 변경했다. 1년에 두 번 지급하는 PI(생산량 목표 달성 장려금)도 영업이익률에 연동해 최대 150%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삼성전자는 이 방식에 대해선 난색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사업만 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매년 50조원 가까운 시설투자액을 써야 하는 삼성의 경영이 SK와 같은 방식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 기조는 유지하되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찾기 위해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업황에 따라 들쭉날쭉한 성과급이 크게 변한다는 지적에 따라 변동 폭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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