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 한국인 첫 PGA투어 우승자이자 최다승 보유자. ‘탱크’ 최경주(54·사진)가 걷는 길은 늘 한국 골프의 역사가 됐다.
최경주가 또 한 번 역사를 썼다. 최경주는 29일 영국 스코틀랜드 커누스티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더 시니어 오픈(총상금 285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더 시니어 오픈은 미국과 유럽의 시니어 투어인 PGA 챔피언스 투어와 레전드 투어의 메이저 대회다. 한국 선수가 미국과 유럽의 시니어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최경주는 PGA투어에서만 8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 최다승 기록이다. 지난 5월에는 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KPGA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그에게 남은 단 하나의 아쉬움은 메이저 우승이었다. 메이저 대회에 55번 출전해 여섯 차례 톱10에 들고, 마스터스 대회에서 세 번이나 우승 경쟁에 나섰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 우승 타이틀은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양용은이 가져갔다.
이번 대회에서는 1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다. 시작은 불안했다. 초반 6개 홀에서 3타를 잃어 3위까지 밀려났다. 반전은 9번홀(파4)에서 시작됐다. 5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핀 3m옆에 붙었고 첫 버디를 낚아낸 뒤 13번홀(파3)까지 3타를 더 줄여 단숨에 선두를 회복했다. 14번홀(파5)에서 최경주는 10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잡아내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티샷이 개울 바로 앞에 멈췄지만 보기로 막아내며 2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최경주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필사적으로 경기했다”며 “커누스티가 한국 골프에 또 한 번 역사적 장소가 돼 기쁘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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