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공짜인데 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비용을 내야 하나?’ 대다수 운수업자 사이에 퍼져 있던 이런 인식 탓에 증기선은 1791년 등장한 이후 더디게 확산했다. 수에즈 운하라는 변혁이 없었다면 증기선 확산 시기도, 계절 요인에 구애받지 않는 세계 무역의 태동도 더 늦어졌을 것이다.
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고 신기술과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이끌어내 다층적 부가가치 창출의 토대를 만든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쌓아올린 탄탄한 기술 진입 장벽은 생존 경쟁력의 밑거름이 된다. 혹여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시장 판도를 뒤집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대체 불가한 사업모델을 갖게 된다. 혁신은 산업 생태계 전체의 모방 투자를 자극해 또 다른 혁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혁신 시도의 성공·실패 과정에서 새 시장이 창출되고 결과적으로 정체 상태의 경제는 다시 성장궤도에 들어선다. 자본주의 역동성에 주목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확립한 ‘창조적 파괴’ 개념이다.
이런 절망적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제조업의 디지털전환(DX)이 주목받고 있다. AI, 로보틱스, 디지털트윈 등의 기술이 집약된 DX는 인력난과 생산효율 문제를 동시에 풀 혁신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제조업체들도 앞다퉈 DX 추진에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제조업 대변혁의 변곡점인 ‘DX 모먼트’가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의 산업정책도 과도한 금융 지원에서 DX 중심으로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야 한다.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 DX 모먼트에 뒤처지면 K제조업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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