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K제조업 생존, DX에 달렸다

입력 2024-07-30 17:58   수정 2024-07-31 01:28

범선과 증기선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사건은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이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 좁은 인공수로의 변덕스러운 바람은 범선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풍향·풍속에 상관없이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증기선의 운항 정확성과 신뢰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15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수세기 동안 바다를 지배했던 범선이 증기선에 밀려 퇴출되는 데는 수에즈 운하 개통 후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바람은 공짜인데 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비용을 내야 하나?’ 대다수 운수업자 사이에 퍼져 있던 이런 인식 탓에 증기선은 1791년 등장한 이후 더디게 확산했다. 수에즈 운하라는 변혁이 없었다면 증기선 확산 시기도, 계절 요인에 구애받지 않는 세계 무역의 태동도 더 늦어졌을 것이다.
혁신이 만드는 산업 변곡점
증기선과 수에즈 운하의 사례처럼 혁신은 또 다른 혁신·변혁과 맞물려 폭발적 산업 성장을 이끌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을 만든다. 진정한 의미의 모바일 시대를 연 2007년 아이폰의 등장, 이른바 ‘아이폰 모먼트’는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로 대표되는 3세대(3G) 통신의 혁신 없이는 불가능했다. 2016년 ‘알파고 쇼크’의 기억이 여전한데 어느새 챗GPT발(發) 인공지능(AI) 혁명은 새로운 산업 변곡점으로 시계추를 가속시키고 있다.

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고 신기술과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이끌어내 다층적 부가가치 창출의 토대를 만든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쌓아올린 탄탄한 기술 진입 장벽은 생존 경쟁력의 밑거름이 된다. 혹여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시장 판도를 뒤집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대체 불가한 사업모델을 갖게 된다. 혁신은 산업 생태계 전체의 모방 투자를 자극해 또 다른 혁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혁신 시도의 성공·실패 과정에서 새 시장이 창출되고 결과적으로 정체 상태의 경제는 다시 성장궤도에 들어선다. 자본주의 역동성에 주목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확립한 ‘창조적 파괴’ 개념이다.
'DX 모먼트' 놓쳐선 안 돼
지금 이 창조적 파괴의 혁신 과정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 국내 중소·중견 제조업 생태계다. 국내 제조업은 젊은 피 수혈이 끊겨 기술·업종 단절로 이어진 외통길 위에 서 있다. 현재의 인력수급 불균형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그 기저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다. 국내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향후 10년간 390만 명 줄어든다. 제조현장의 노화 속도도 빠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제조업 평균 연령은 43.5세로 역대 가장 높았다.

이런 절망적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제조업의 디지털전환(DX)이 주목받고 있다. AI, 로보틱스, 디지털트윈 등의 기술이 집약된 DX는 인력난과 생산효율 문제를 동시에 풀 혁신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제조업체들도 앞다퉈 DX 추진에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제조업 대변혁의 변곡점인 ‘DX 모먼트’가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의 산업정책도 과도한 금융 지원에서 DX 중심으로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야 한다.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 DX 모먼트에 뒤처지면 K제조업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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