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미(22·사진)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쳤음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4년 뒤엔) 나이를 먹었을 테니까 체력이 더 좋을 것 같다”며 “2028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선 금메달을 꼭 딸 것”이라고 다짐했다.
세계랭킹 3위 허미미는 이날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크리스타 데구치(1위·캐나다)에게 반칙패로 졌다. 앞서 지도 2개를 받은 허미미는 연장에서 위장 공격으로 세 번째 지도를 받아 쓸쓸히 매트를 떠나야 했다.
위장 공격은 실제 공격을 시도할 의도가 없음에도 거짓처럼 꾸미는 것을 뜻한다. 연장전 내내 공격을 펼친 허미미와 달리 데구치는 방어에 전념했기에 판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메달을 차지한 데구치도 지도 판정에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허미미는 판정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았다. 그는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결승전까지 나가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허미미의 아버지는 한국 국적, 어머니는 일본 국적이다.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유도에 입문한 그는 중학교 때부터 일본에서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였다.
그랬던 그가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단 건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도 주목받았다. 그는 2021년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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