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의 부메랑…식어가는 미국 제조업체 붐

입력 2024-07-30 15:10   수정 2024-07-30 15:11

미국의 대표 제조기업들이 경기 둔화에 대한 본격적인 대비에 들어갔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고금리, 미국 달러화 강세 등이 겹치면서 실적 둔화가 예상되면서다. 자동차, 농기계, 가전업체 등은 올해 남은 기간 경영 환경이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이를 대비해 생산량과 출하량을 감소하고,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최근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애플 아마존 등 주요 기술주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제조업 업황까지 둔화하면 뉴욕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생산량·인력 감축 돌입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불었던 제조업체 붐이 식어가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레저용 차량 제조업체인 폴라리스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조정 주당순이익이 1.38달러로 시장 예상치 2.25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매출은 12% 감소한 19억 6000만 달러로 이 또한 시장 예상치 21억 8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폴라리스의 마이크 스피첸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는 높은 금리, 인플레이션, 점점 신중해지는 딜러와 소비자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 가전업체 월풀 또한 2분기 39억 9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한 것이다. 월풀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짐 피터스는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지쳤다”며 “냉장고나 세탁기를 신제품으로 바꾸려는 ‘재량’ 구매자 수요가 약했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생산량 및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 농기계 업체인 디어는 지난해 11월 이후 약 2100명의 생산직 근로자를 감원했다. 라이벌 장비 제조업체인 애그코 또한 6월에 연말까지 전 세계 급여 인력의 6%, 즉 약 800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체 경기가 둔화하면서 철강 가격도 지속해서 떨어지는 중이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자동차 기계 가전 등에 널리 쓰이는 열간 압연 코일 강판(HRC Steel)은 올해 1t당 1100달러를 넘어섰지만 이날 기준 664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피닉스에 본사를 둔 철강 및 알루미늄 유통업체 플랙 글로벌 메탈스의 CEO 제레미 플랙은 “철강 구매자들이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구매량을 적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지수도 둔화 조짐


제조업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경기 지표도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제조업 지수인 공급관리협회(ISM)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월 48.5로 전달(48.7) 보다 약간 하락했다고 밝혔다. PMI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그 아래면 경기 위축으로 해석된다. 로이터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는 49.1로 상승이었다. 미 제조업 PMI는 3개월째 50을 밑돌았고, 지난 3월을 제외하면 20개월 중 19개월간 경기 위축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8%로, 시장의 예상을 상회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지난주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가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지난 26일 나온 미시간대학의 7월 소비자심리지수가 66.4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일부 기업이 팬데믹 기간 급격한 매출 증가세를 보였지만 소비자들이 팬데믹 이전 추세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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