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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한 것을 두고 부정 선거 의혹이 확산하며 베네수엘라에서 항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투표 결과가 사기와 같다”며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전국에서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소셜미디어에는 시위대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을 무너뜨리는 영상도 올라왔다.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맞섰고 경찰은 시위 진압을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거나 권총을 쏘는 등의 장면이 목격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 잦은 정전, 식량 및 의약품 부족 등으로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770만명이 이주하는 등 혼란기를 겪고 있다. 시위대는 “마두로가 또 정권을 잡으면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제사회도 베네수엘라 선거 결과를 두고 양분됐다. 러시아, 중국, 이란, 쿠바는 마두로의 재선을 축하했지만 미국, 유럽연합(EU), 영국은 투표의 ‘자세한 결과’를 요구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우파 성향 중남미 9개국 정부는 미주기구(OAS)에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결과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 위한 긴급 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마두로의 득표율은 선거 사기”라고 비판했고, 마르 파가니니 우루과이 외무장관은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루과이는 마두로 대통령을 대선 승자로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파나마, 도미니카 공화국, 우루과이 7개국 외교관을 자국으로 철수시키며 맞대응했다. 대선에 불복하는 민주 야권에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마두로 대통령은 대선 투표일 이튿날 선거관리위원회(CNE)에서 한 연설에서 “국민과 함께 평화적으로 승리했다”며 “일부 야당 무리가 (반발해)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합법적 프로세스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대선 개표 시스템에 해킹 시도가 있었다고 밝힌 베네수엘라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민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연루돼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가능성을 내비쳐 정치적 긴장도 고조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일단 좌파 마두로 정권이 승기를 잡으면서, 중남미에서 좌파 정부가 연쇄 출범하는 ‘핑크타이드’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오는 10월에 대선을 앞둔 우루과이에서는 중도좌파 성향 야권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좌파가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해진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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