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 대표는 30일 티몬·위메프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피해를 입은 판매자와 파트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큐텐 지분을 포함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 대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8일 위메프에서 시작된 정산 지연 사태 발생 이후 22일 만이다.
구 대표는 그룹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과 사재가 얼마인지에 대한 질의에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 자금은 현재 800억원"이라면서도 "다만 이 부분을 다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투입했다"며 "회사 지분 가치가 잘 나갔을 때는 5000억원까지 밸류(가치)를 받았지만, 이같은 상황 때문에 (가치가)인정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구 대표는 "현재 비즈니스가 중단되면 (큐텐 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약간만 도와주면 완전히 피해를 복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가 얘기한 도움은 기업회생인 것으로 풀이된다.
티몬과 위메프는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다만 이미 대규모 미정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의 기업회생은 시간벌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왔다.
구 대표는 또 지난 2월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위시' 인수 대금에 티몬과 위메프 자금을 쓴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인수 자금이 어디에서 나왔느냐는 질의에 "현금으로 들어간 돈은 4500만(달러)였고 그 돈에 대해 일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자금까지 동원했다"며 "다만 이는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산 지연 사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구 대표는 또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불가피하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큐텐 지분 42.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 큐익스프레스의 지분도 29.4% 보유하고 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큐텐그룹 전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만큼 구 대표 보유 지분 가치는 담보로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몬스터홀딩스(25.60%)와 원더홀딩스(18.00%) 등 큐텐 2대주주도 추가 투자에 난색을 보인 상황인데다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투자에 나설 자본가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구 대표의 개인 자금 추적에 나선 상태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구 대표가 당장 동원할 자금이 없다고 하는데 자금 추적 중이냐'는 질의에 "자금 추적 중"이라며 "다만 최근 저희(금감원)와의 관계에서 계속 보여준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었기 때문에 말에 대한 신뢰는 많이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부터는 자금 추적에 집중하고 있고 자금 추적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었다"며 "이미 주말 지나기 전에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고 주요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20여 명 가까운 인력을 동원해 검찰에 수사인력도 파견해뒀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이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구 대표는 전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고객과 파트너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신속한 대처로 사태 확산을 막겠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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