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디지털산업단지인 이 지역에서의 첫 작업은 IT 산업·노동 실태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태조사를 겸한 선전전을 통해 IT 노조 조직 대상을 발굴하고 이후 근로조건 개선 등을 의제로 앞세워 참여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IT위원회는 실태조사를 통해 IT 기업들이 밀집한 구로·가산과 판교 지역에서 IT 종사자 1000명의 근로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다. 선전전은 주로 구로·가산에서 이뤄져 이 지역 IT 종사자들 목소리가 더 비중 있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 조성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노조 설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으로 점쳐진다.
화섬식품노조는 지난해 2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IT서울디지털(공단)지회 건설'을 사업계획으로 확정했다. 15년째 이 지역에서 활동해온 민주노총 서울남부지역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와의 협력도 사업계획에 포함됐다. 이번 조사가 IT서울디지털공단지회 설립을 위한 물밑작업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서울디지털산단은 이를 위한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고용규모 기준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산단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입주업체는 1만4551곳, 고용인원은 14만859명에 이른다. 이곳엔 주로 중소 IT 기업들이 몰려 있다. IT위원회는 그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중소 IT 기업 근로자들 실태를 파악하고, 판교에서도 중소 IT 기업들이 있는 제2판교테크노밸리에서 실태조사와 선전전을 진행한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은 "넷마블 과로자살이라는 IT 산업의 비극이 노조 없이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에 힘입어 여러 IT 노조가 생겼지만, 구로·가산 노동자들은 정작 그 흐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구로·가산으로 돌아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다윗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부본부장도 "IT 노동자 실태조사는 지역 노동자 권리 향상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라며 "서울디지털산단에서 일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그렇게 만들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IT위원회도 실태조사 형태로 노조 조직의 첫 발을 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선 권고사직 형태로 이뤄지는 사실상의 해고와 연장근로의 방패막이로 활용되는 포괄임금제 현황 등을 주로 파악할 계획이다.
또 조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구로·가산과 판교 등 주요 거점에서 IT 종사자들 대상 커피차 이벤트도 진행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나 개발자 커뮤니티뿐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선전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실태조사 이후에는 국회 토론회 등을 열어 IT 산업·노동 실태를 공개할 계획. 오 지회장은 "우선 실태조사를 한 뒤 이후 결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의제화해 노조 설립뿐 아니라 법제화 등의 시도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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