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와세다대,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은메달 축하한 이유 [2024 파리올림픽]

입력 2024-07-30 15:55   수정 2024-07-30 16:09


한국 여자 유도대표팀 멤버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허미미(22·경상북도체육회)에게 모교인 와세다대학교에서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허미미는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단 독립운동가 후손이다.

30일 일본 매체 주니치스포츠에 따르면 와세다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허미미의 은메달 획득 소식을 전한 뒤 "와세다대학교 동문이 올림픽 유도에서 메달을 딴 건 1972년 뮌헨 대회에서 이시이 치아키(브라질·동메달)에 이어 허미미가 두 번째"라고 소개했다.

허미미는 이날 오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허미미는 2016 리우 올림픽의 여자 48㎏급 은메달리스트 정보경 이후 8년 만에 한국 여자 유도에 메달을 안겼다.

현재 일본 도쿄에 있는 와세다대학교 스포츠과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허미미는 교내 여자 유도부 부장을 맡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홈페이지에 인터뷰를 게재하는 등 허미미의 선전을 바란 와세다대학교 측은 "재학 중인 학생이 올림픽 유도에서 메달을 딴 건 허미미가 최초"라고 밝혔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유도에 입문, 중학교 때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 우승, 2018년 일본 카뎃유도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은 허미미는 명문대인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 진학했다. 일본에서 순탄하게 길을 걷던 허미미는 2021년 한국행을 결정했다. 같은 해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허미미의 태극마크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허미미는 2021년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라는 점도 밝혀졌다. 일제강점기에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허 선생은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허미미의 이런 이력은 일본 취재진의 관심을 끌었다.

허미미는 평상시엔 학교에 다니면서 국제대회를 앞두고는 한국에 들어와 훈련하는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내며 존재감을 알린 허미미는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전망을 밝혔다. 허미미는 은메달 획득 후 "어렸을 때부터 목표로 세운 금메달은 아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행복하다.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격려해 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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