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에 시공사의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현장에선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시공사가 단지에 자사 브랜드 사용을 거부하면서 입주를 앞둔 계약자가 새로운 브랜드 적용을 추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30일 LH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부산의 한 LH 공공분양주택 입주예정자는 최근 시공사로부터 “자사 브랜드를 단지에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공사는 “브랜드를 단지에 적용하면 오히려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상표사용권 계약을 거부했다.
시공사는 LH에 보낸 공문을 통해 “시공 중인 단지에 적용된 마감과 디자인이 자체 사업지와 너무 달라 (자사 브랜드를 적용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LH 현장에 사용되는 마감재 수준이 다른 현장과 크게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입주 예정자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부터 주민 설문조사 등을 거쳐 시공사 브랜드 사용을 준비해온 데다 지난 3월엔 시공사도 긍정적으로 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입주를 6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브랜드 사용을 거부당하면서 입주 예정자는 새로운 브랜드 도입까지 고민 중이다. 한 입주 예정자는 “공사도급 계약 당시 브랜드 문제를 확정 짓지 못한 점은 안타깝지만, 이제 와 시공사가 브랜드 적용을 거부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제3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면 입주에 영향을 끼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LH는 자체 브랜드가 있지만, 지난해 입주 예정자와 건설사가 합의하면 민간 등 다른 브랜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다. 그러나 일부 단지에선 시공사가 브랜드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입주 예정자에게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고, 아예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례도 나왔다.
업계는 현장마다 비슷한 고민이 많다고 전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고급 이미지를 고려해 외벽 도색과 설계를 맞춰야 한다”며 “브랜드 적용에 손이 많이 가 입주 예정자가 요청할 때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LH도 이 같은 논란에 뾰족한 답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브랜드 사용은 입주 예정자와 시공사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LH 자체 브랜드나 민간 브랜드 중 하나를 사용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