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비 꼬박꼬박 잘 냈다면…주부·대학생도 신용등급 상향

입력 2024-07-30 17:25   수정 2024-08-07 17:01

입사 1년차 신입사원 A씨는 대출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신용카드 없이 체크카드만을 사용해온 탓에 ‘신 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로 분류돼서다. 하지만 연체 없이 납부한 ‘휴대폰 요금 이력’이 대출 길을 열어줬다. 신 파일러를 위해 마련된 비금융정보 기반의 새로운 신용평가모델 덕분이다.
정교해진 평가로 대출 문턱 낮춰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개발한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모델을 하나은행 대출 심사에 적용한 결과 신용 등급이 상향 조정돼 대출 가능 상태로 전환한 금융 소외계층이 이전보다 5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대출 심사에서 금융 이력이 부족해 대출을 거절당한 이들이다.

하나금융은 데이터 기반 차세대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작년 5월 SK그룹과 손을 잡았다. 하나은행·하나증권·하나카드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11번가가 협력 대상이다. 이들 6개사는 이동통신과 금융, 온라인 정보 등의 가명정보를 활용했다.

기존 대출 심사에 쓰이던 신용 정보 외에 예금, 입출금 내용 등의 대안정보와 통신료 납입 내역, 금융 앱 접속 일수 등을 새롭게 대출을 위한 잣대로 마련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기존 대출 신용평가 모형에 SK텔레콤의 가명결합 정보를 활용한 비금융 대안정보가 더해지면서 평가 기준이 정교해졌다”며 “그 덕분에 대출이 가능한 대상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50대 주부는 보험료와 생활비 납입 등 정기적인 통장 거래 내역과 평소 금융을 사용한 이력 등 대안정보 항목에서 긍정적 평가가 더해져 대출을 위한 은행 내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금융·통신 협업 신사업 확대
데이터 동맹은 신용평가뿐 아니라 신사업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나금융, SK그룹 3사(SK텔레콤·SK브로드밴드·11번가가)의 공통 고객 데이터가 기반이 됐다. 6개사 고객 4878만 명 중 교차 가입자는 약 30%(1478만 명) 수준이다.

방대한 금융정보와 통신 정보가 결합하면서 고객들의 행동과 라이프 스타일 확인도 쉬워졌다. 이들 데이터를 다양한 차원으로 분석해 고객 분석과 영업 전략 수립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역별 유동 인구와 금융정보 결합을 통해 지역별 상권과 경제 활성도 지표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영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의사결정 속도와 정확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교차 고객 비율(70%)이 높은 하나카드는 해외여행 관련 비금융 영역 데이터를 분석해 여행 특화 카드인 ‘트래블로그’에 적용할 계획이다. 하나카드 거래 실적(494만 명) 고객 중 해외 오프라인 결제 고객(3만9000명)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이들 고객은 비여행 고객보다 하루 중 이동 거리가 길고 지하철이나 버스, 자차 등 교통수단 이용 횟수가 최대 40%나 많았다.

정보 포털이나 SNS 사용일수는 해외 여행객이 비여행객보다 두 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향후 SK텔레콤과의 이종 데이터 결합을 통해 데이터 금융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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