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IT인사이드] 넷플릭스는 유료방송일까

입력 2024-07-30 17:32   수정 2024-07-31 02:11

TV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은 볼록한 브라운관과 드르륵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다이얼이다. 다이얼을 돌리면 7번(KBS2), 9번(KBS1), 11번(MBC), 13번(EBS)이 순서대로 나왔다. 어느 날 6번(SBS)에서도 노이즈 대신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TV가 평평해지고 다이얼 대신 리모컨을 쓰면서 채널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13번보다 큰 숫자를 눌러도 방송을 볼 수 있었다. 종일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는 채널도, 음악과 뮤직비디오만 보여주는 채널도 있었다. 손발가락을 다 합쳐도 채널을 세기 어려웠다. 1995년 케이블TV가 개국하면서 생긴 변화다.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는 위성방송이 문을 열었다. 한때 ‘부의 상징’과도 같았던 커다란 접시 형태의 위성 안테나를 설치하면 수백 개의 채널을 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09년에는 인터넷TV(IPTV)가 출범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방송을 볼 수 있는 주문형비디오(VOD)가 도입됐다.
케이블TV에서 IPTV까지 15년
케이블TV부터 위성방송에 이어 IPTV까지 15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이 셋은 ‘유료방송’이란 범주에 포함된다. 기술은 달라도 이용자 입장에선 매달 돈을 내고 방송을 본다는 점이 똑같기 때문이다. 기술적 장벽도 많이 무너졌다. KT스카이라이프도 위성 안테나 대신 인터넷망(IP)을 이용해 방송을 송출한다. 케이블TV 역시 VOD 서비스를 제공한 지 오래다.

유료방송은 30여 년 동안 기술적인 발전 못지않게 양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유료방송 가입자는 1090만 개(단자 기준)다.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는 3631만 개이니 3.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치열한 내부 경쟁이 있었다. 케이블TV 업체들은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 특정 지역에선 과점 사업권을 갖는다. 가입자가 빠르게 늘면서 케이블TV는 알짜 사업 대접을 받았다. 전국 사업자인 IPTV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IPTV는 VOD와 같은 편리한 서비스는 물론 이동통신 결합 할인 등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했다. 2017년부터 케이블TV 가입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기술 변했지만 제도는 그대로
IPTV의 시대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IPTV는 작년 하반기 처음으로 0%대(전기 대비 0.54% 증가) 증가율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올해 IPTV 가입자 수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을 확실시하고 있다.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는 작년 10월 3632만 개를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모두가 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이다.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콘텐츠를 TV에서 볼 수 있다. OTT를 보고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코드커팅이 늘어나는 이유다. OTT도 매달 돈을 내고 방송을 본다는 점은 유료방송과 같다. 하지만 OTT는 유료방송이 아닌 탓에 각종 규제를 피하고 있다. 한 예로 넷플릭스는 요금제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지만 유료방송은 정부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그나마도 기존 가입자는 제외되기 때문에 요금 인상 효과를 보려면 3~4년이 걸린다.

미디어업계의 오래된 숙원사업은 미디어통합법 제정이다. 2000년 초 제정된 방송법과 IPTV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미디어 관련법을 아우르는 통합 법의 필요성이 2000년대 후반부터 제기됐다. 최근에는 통합 법에 지상파, 케이블TV, IPTV와 함께 OTT까지 포함하는 방향을 논의 중이다. 이 법은 유료방송과 상관없이 지상파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으로 십수 년째 제자리 상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극한 대립을 보면 10년 뒤에도 미디어통합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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