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10점 명중…남녀 양궁 '숨은 주역' 있었다 [원종환의 中企줌인]

입력 2024-07-31 09:07   수정 2024-07-31 09:16


지난 29일(현지시각)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 경기가 열린 파리 앵발리드 양궁장. 김제덕 선수가 쏘아올린 화살이 선명한 포물선을 그리며 10점 과녁에 꽂혔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활의 겉면에 쓰인 글자는 ‘위아위스(WIAWIS)’. 글로벌 양궁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 스포츠용품 기업 윈엔윈의 대표 브랜드다. 앞서 여자 양궁 단체전에 참가한 남수현, 임시현, 전훈영 선수도 위아위스의 활시위를 당기며 10연패를 달성했다.

박경래 윈엔윈 대표는 30일 "윈엔윈의 토종 활이 파리올림픽을 대한민국의 축제로 만드는 데 기여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128명의 양궁 선수 중 65명이 위아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3년 회사를 세운 그는 "양궁선수 경험을 살려 선수들이 자신의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1975년 선발된 첫 양궁 국가대표 출신이다. 이후 지도자 활동을 이어가며 1985년 세계 선수권대회,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올림픽, 1991년 세계 선수권대회 등에서 한국 대표팀을 정상까지 견인했다. 정상에 오른 그가 "세계적인 활을 만들고 싶다"며 지도자의 길을 멈추고 만든 회사가 윈엔윈이다.

이 회사의 양궁 연구개발 인력은 10명에 달한다. 93년 업력의 경쟁사인 미국 호이트보다 많은 규모다. 보유 특허는 40개를 웃돈다. 박 대표는 "위아위스는 흔히 여자 선수들이 쓰기 편한 활로 많이 알려져 있다"며 "남자 선수들의 체형에 맞춤화한 활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에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세계 최초로 양궁활의 소재로 활용했다. 당시 그래핀이 페인트, 유리 등의 분야에서 활용돼 성능을 개선한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박 대표는 ”활을 쏠 때 느껴지는 반동을 최대 40%까지 줄여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며 “모든 양궁 활에 그래핀을 접목해 성능을 개선한 회사는 윈엔윈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핀을 적용한 자전거(사이클)은 윈엔윈의 또 다른 사업 영역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사이클 신성으로 떠오른 김유로 선수가 메달을 따기 위해 위아위스의 페달을 밟는다. 파리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철인3종경기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낸 김황태 선수도 위아이스 자전거를 탈 예정이다.

박 대표는 "사이클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가 많아 경쟁하기 어려워도 기술력으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이라 느꼈다"며 "이미 독일과 일본 등에 사이클을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국가대표의 뛰어난 실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토종 스포츠기업이 자리잡혀야 한다는 게 최근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스포츠 용품은 인공지능(AI)이나 정보기술(IT) 등의 최신 기술과는 결이 다른 R&D가 필요하다"며 "이에 걸맞는 R&D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스포츠인 용품은 스포츠인이 만들어야 브랜드로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며 "아디다스, 나이키 등의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의 창립자는 모두 스포츠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꾸준히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이 최선의 기록을 낼 수 있도록 윈엔윈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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