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됐다. 낮 동안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는 데 나만 혼자 덥지 않다면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조관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31일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들은 열과 에너지 생성에 꼭 필요한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 추위를 많이 타고 땀이 잘 나지 않는 증상을 호소한다"고 했다.
갑상선은 인체에서 가장 큰 내분비기관이다. 무게는 10~15g, 목 앞 가운데 목젖 아래에 있는 이 기관은 기도 주위를 나비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갑상선의 기본 역할은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갑상선호르몬은 인체 기능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심장을 뛰게 하고 장을 움직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적정 체온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런 갑상선에서 내보내는 호르몬이 정상보다 낮거나 결핍된 상태를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한다.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68만4529명이다. 2018년 56만97명보다 22.2% 늘었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5배가량 많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발병 원인에 따라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뉜다. 갑상선 기관 자체에 문제가 생겨 호르몬 분비가 줄면 일차성, 뇌하수체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덜 나와 발생하면 이차성이라고 부른다. 일차성이 95%를 차지한다. 이 중 70~80%는 만성 갑상선염인 하시모토 갑상선염 탓에 생긴다.
이 질환이 있으면 피로와 쇠약감을 호소한다. 추위를 많이 타고 식욕이 줄고 부종이나 체중 증가, 탈모, 근육통, 월경과다, 우울증 등이 생기기도 한다. 노인들은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질환이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갑상선 기능과 자가면역항체, 초음파 검사를 한다. 이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면 다른 부위에 문제가 뭔지 찾는 추가 검사를 하게 된다.
치료는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갑상선호르몬을 복용한다면 초기엔 약제 용량 조절을 위해 2개월마다 갑상선 기능검사를 받기도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젊은 여성에게 많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은 호르몬제 복용을 꺼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갑상선호르몬제는 임신 중 복용해도 문제 없는 안전한 약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그는 "임신 중 갑상선호르몬 요구량이 늘어나는 데다 모체의 갑상선 기능이 정상보다 낮으면 태아의 뇌 발육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임신을 계획하는 단계라면 미리 내분비내과 전문의와 상의해 갑상선 기능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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