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수회사 돈으로 출장가고 '황제놀이'…도 넘은 PEF '도덕 불감증'

입력 2024-08-12 11:33   수정 2024-08-12 22:33

이 기사는 08월 12일 11: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출장 비용과 각종 접대 비용을 포트폴리오 기업에 전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유흥업소 비용을 자문사가 대신 결제하게 한 뒤 이를 자문료에 얹어주는 등의 방식으로 포트폴리오사 자금을 유용하는 일이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연기금 공제회 등의 자금을 받아 굴리는 PEF의 특성상 투명한 자금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PEF 업계 전반에 도 넘은 도덕 불감증이 퍼져나가면서 자칫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요기요 돈으로 출장 다닌 퍼미라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021년 컨소시엄을 꾸려 배달 플랫폼 요기요(법인명 위대한상상)를 인수한 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퍼미라, GS리테일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다. 원인은 퍼미라가 제공했다. 영국계 PEF 운용사인 퍼미라는 관계자들이 한국으로 출장을 올 때 들어가는 비용을 요기요 자금으로 처리했다. 지난해에만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요기요에 전가했다.

PEF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사와 PEF의 자금운용은 엄격하게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 PEF가 포트폴리오사의 경영권을 갖고 있더라도 포트폴리오사의 자금을 PEF의 이익을 위해 유용한다면 횡령·배임 행위다. PEF 운용사는 출자자(LP)들에게 자금을 받아 펀드를 조성하고, 전체 펀드 결성금액의 1~2%를 매년 관리보수로 받는다. 관리보수가 운용사의 기본적인 수익원이다. 이를 활용해 직원들의 월급도 주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도 처리해야 한다.

PEF가 포트폴리오사의 자금을 유용하면 그 피해는 포트폴리오사 직원들과 LP들이 덮어쓰게 된다. 회사가 망가지면 직원들은 고용이 불안해지고, LP들은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가 어려워진다. 요기요는 이미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추락하고 있다. 쿠팡이츠에 배달 플랫폼업계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떨어진 요기요는 지난해 659억원의 영업손실과 4841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경쟁자인 배달의민족(법인명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업계 호황을 타고 지난해 6999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요기요의 상황은 암담한 수준이다.

GS리테일은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퍼미라와 어피너티, GS리테일은 지난해에도 전환사채(CB) 발행 문제를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인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정식으로 문제 삼으면 주주들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퍼미라 관계자는 "요기요의 재정을 유용하거나 부적절한 지출을 한 적이 없다"며 "출장 관련 지출은 모두 전문 지식과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소요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곳간 빼먹기' 만연한 국내 PEF업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국내 PEF 업계에선 운용사가 이런 방식으로 포트폴리오사의 곳간을 빼먹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대주주인 PEF와 포트폴리오사의 관계가 '갑과 을'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사는 PEF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A PEF 운용사의 대표는 포트폴리오사의 회장으로 취임해 3개월간 총 2억원의 급여를 받고 경영 컨설팅 명목으로 수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포트폴리오 회사의 비용으로 강남 오크우드 호텔 스위트룸에 거주지를 차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자신의 출장비용으로 약 5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현금으로 마련해올 것을 요구하고 골프장 이용료 등도 포트폴리오사 자금으로 지불했다. 이런 사실은 A사와 공동으로 투자한 운용사를 통해 문제제기됐고, 이 운용사는 현재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B PEF 운용사는 포트폴리오사에 법률, 재무 등을 조언해주는 자문사를 통로로 활용해 포트폴리오사의 자금을 유용했다. 운용사가 사용한 유흥업소 비용을 자문사의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한 뒤 이를 향후 자문비용을 정산할 때 얹어서 주는 방식이다. 자문비용은 포트폴리오사에서 나간다. 자문사도 운용사에게 일감을 받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PEF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일부 PEF는 LP들에 매년 제출하는 회계감사보고서를 이용해서도 뒷돈을 챙긴다. 사전에 협의가 된 특정 회계법인에 일감을 주는 대신 백마진을 받는 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PEF가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과 미리 입을 맞춰놓고 자문비를 원래 책정된 가격보다 더 준 뒤 이를 다시 돌려받거나 회계·법무법인이 PEF 앞으로 유흥업소 등에 선결제를 해놓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C PEF 운용사 대표는 보다 대담하게 움직였다. 포트폴리오사가 자신의 친동생이 대표로 있는 회사와 컨설팅 용역 계약을 맺도록 했다. 포트폴리오사에서 컨설팅 용역 대가로 빼낸 돈은 친동생과 본인 등이 나눠 가졌다. C사의 대표는 횡령·배임 혐의로 현재 형사 고소를 당했다. 그는 수사가 시작되자 대표직을 내려놓고 한국을 떠나 해외에 머물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PEF가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받아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고 나면 이후 투자처를 고르거나 포트폴리오사를 관리하는 건 전적으로 PEF가 주도하게 되는 구조"라며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이 구조를 PEF 스스로 깨버리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대체투자 규모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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