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고 평가하기는 섣부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제조업·수출의 견조한 회복세에 비해 내수는 여전히 온도 차가 있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부문별로는 공공행정에서 지난달 5.1% 감소하며 전산업 생산 지수를 끌어내렸다. 통상 6월은 상반기 마지막 달로 공공 집행이 보통 많이 이뤄지는 시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 등의 조기 집행 등의 여파로 통상적인 수준보다 덜 집행된 영향이 컸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공공행정이 감소하는 것은 경기 여파라기보다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광공업은 제조업(0.6%)에서 늘며 0.5%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가 8.1% 늘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증가 폭은 작년 11월(9.8%) 이후 최대다. 반도체 지수(163.4·계절조정지수 기준) 수준은 198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가장 높았다. 6월 반도체 출하는 전월 대비 23.7% 증가했고, 재고는 14.6% 줄었다. 통상 산업이 호황기에 접어들면 생산과 출하는 증가하고, 재고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서비스업 생산도 0.2% 증가했다. 금융·보험(1.8%), 부동산(2.4%) 등에서 늘고 예술·스포츠·여가(-5.0%), 숙박 및 음식점업(-0.2%) 등에서 줄었다.
재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1.0% 늘어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소매판매는 3월에 1.1% 증가한 뒤 4월(-0.6%), 5월(-0.2%)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9%)에서 판매가 줄었지만, 승용차 등의 내구재(5.2%)와 신발·가방 등의 준내구재(0.8%)에서 판매가 늘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3.6% 줄어 넉 달째 감소세가 지속됐다. 분기로 보면 2분기 소매판매는 작년보다 2.9% 감소했다. 2009년 1분기(-4.5%)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설비투자도 4.3% 늘었다. 5월에 3.6% 감소한 지 한 달 만의 반등에 성공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2.8%) 등에서 투자가 줄었으나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6.5%)에서 투자가 늘었다. 최근 한 달간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불변)은 토목(6.1%)에서 공사실적이 늘었으나 건축(-2.3%)에서 줄어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반도체에 의존한 생산 회복세가 산업 전체에 온기가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고 있고, 건설경기 부진으로 내수 개선 속도도 더디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분간 주요 경제지표가 국내외 변수에 따라 울퉁불퉁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 소매판매, 설비투자 등이 분기 말로 갈수록 점차 회복되는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 뿐 아니라 소비자 심리가 개선되고 반도체 설비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부문이 반등했다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 등 제조업과 수출의 견조한 회복세에 비해 건설업 등의 내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취약한 부문을 중심으로 민생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최근 위메프·티몬 사태가 소비 등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정확한 숫자를 집계해 봐야 알겠지만, 하루 평균 카드 사용액이 3조원으로, 현재까지 미정산 금액은 그보다 작은 숫자”라며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산업 등에 끼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공공부문 15조원 추가 투·융자를 통한 건설투자 보강 등 지난달 초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정책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