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부정부패 끝판왕 베네수엘라

입력 2024-07-31 17:47   수정 2024-08-01 00:37

올드팝 팬들에게 익숙한 해리 벨라폰테의 ‘마틸다’는 한 남성이 집과 땅을 사기 위해 침대 베개 속에 꿍쳐 놓았던 500달러를 마틸다라는 여성이 들고 튀었다는 게 가사 요지다. 마틸다가 도망간 나라가 베네수엘라다.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3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패한 나라로 평가됐다.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우고 차베스는 1998년 기존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았으나, 그의 집권 뒤에 부정부패는 개선은커녕 더 심해졌다. 차베스의 고향 바리나스주의 주지사 자리는 1998~2021년까지 23년간 그의 아버지와 형, 동생이 돌아가면서 차지했다. 동생은 직무 중 세 번이나 부정부패 혐의로 고발됐으나, ‘차비스모’로 불리는 차베스주의자가 장악한 법원이 매번 기각했다.

차베스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사법 비상위원회를 두고 판사 수백 명을 교체하면서 사법부를 틀어쥐었다. 연동형 비례제로 입법부를, 제 식구 앉히기로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한 뒤 친정부 언론에 12배나 많은 정부 광고를 배정하는 식으로 언론도 길들였다. 그는 일요일 아침마다 ‘알로 프레지덴테(안녕하세요 대통령)’라는 1인 TV쇼를 평균 6시간씩이나 진행했다.

버스 기사 출신으로 노동 운동을 하다가 차베스와 연을 맺어 후계자가 된 사람이 지금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선 암호화폐로 거래된 30억달러(약 4조1200억원)의 석유 대금이 돈세탁 과정에서 증발한 초대형 부패 스캔들로 20여 명이 체포되거나 옷을 벗었다. 이에 연루된 석유부 장관이 마두로의 최측근이다.

마두로의 3연임 당선을 놓고 베네수엘라가 다시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었다. 출구 조사 결과 야당 후보가 두 배 이상 표 차로 앞섰으나, 선관위 발표는 마두로가 과반으로 승리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실시간 개표 상황도 공개하지 않고, 시민단체의 개표 참관도 불허했다. 시위대가 차베스 동상을 부수고, 막대기로 냄비·프라이팬을 두드리는 ‘카세롤라소’ 시위로 국민적 저항이 일고 있다. 26년간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과 부정부패로 한 나라가 완전히 결딴나고 있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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