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훈 칼럼] AI 도입 안한 기업 95%…킬러앱 기다린다

입력 2024-07-31 17:53   수정 2024-08-01 00:37

인공지능(AI)의 종착역은 인간 대체다. 변호사 회계사 사무직 같은 화이트칼라뿐만 아니라 제조 현장의 블루칼라까지 대체하는 것이다. 그런 시절이 오면 생산 가능 인구 감소는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천하의 AI산업도 시장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기술과 성능이 뛰어나도 수익력이 떨어지면 별무신통이다. AI가 진화하는 속도에 비례해 기업 생산성도 차츰 높아지겠지만 항상 정비례적 관계는 아니다. 전기자동차가 ‘캐즘’이라는 정체기를 맞고 있듯이 모든 산업의 성장은 불연속적이고 불균형적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거품을 만들어낸다. 최근 월가에 불어닥친 AI 버블 논쟁도 그런 경우다. 엔비디아가 AI 칩으로 연간 수백조원을 벌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겠다.

번지수가 틀렸다. 버블론은 엔비디아로부터 올 한 해에만 무려 280조원어치의 칩을 사들이고 있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구글 같은 빅테크를 겨냥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그들을 향해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느냐고 묻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는 이렇게 말했다. “(AI에 대한) 과소 투자 위험이 과잉 투자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 이 발언은 두 가지를 의미했다. 현재 수익성 대비 과잉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다짐이었다. 의심이 정당화되자 투자자들은 나스닥 전체를 폭락시키는 것으로 분풀이를 했다.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로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사주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기업의 AI 채택률은 전체의 5% 남짓에 불과하다. ‘앞으로 6개월 내 도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1년 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5% 언저리다. 그렇다면 앞으로 6개월 뒤에 채택률이 10%에 이를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5%의 마지못한 긍정이 아니라 95%의 압도적 부정에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 AI에 도사리고 있는 기술적 난제가 걸림돌이다. AI는 여전히 훈련 단계다. 데이터의 정확도, 추론의 정확도 모두 문제다.

대표적 생성형 AI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기본 원리는 특정 단어 뒤에 나올 확률이 가장 높은 단어를 찾아서 붙이는 방식이다. 질문에 부합하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을 경우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싸하게 엉뚱한 말을 만들어 낸다. 이 같은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정확도 최상위의 GPT 시리즈조차 2~3%대에 이르고 10%가 넘는 대형 AI 모델도 즐비하다. 회사의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1%의 오류만 나와도 사람을 대체해 AI를 투입할 순 없다. AI의 통·번역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핵심적 거래와 계약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AI가 인간의 사고 능력을 가지는 인공일반지능(AGI)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개인과 기업 단위의 생활(업무) 편의성과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킬러 앱’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시대의 SNS나 동영상 서비스 같은 것들이다. 인터넷 시대는 연결성, 스마트폰 시대는 이동성이 우리 삶에 혁명적 변화를 끌고 왔다. 현재 우리 실생활의 대부분은 노트북과 휴대폰으로 구성되고 구현된다. AI 서비스엔 아직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인류를 열광시킬 결정적 한 방이 없다.

그럼에도 빅테크의 투자 전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래 전쟁에서 돌아서는 자에겐 죽음뿐이다. 피차이의 과잉 투자론은 퇴로를 끊은 CEO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빅테크의 생산성 정체는 역설적으로 나머지 기업에 새로운 도전 공간을 열어준다. 모든 혁신은 거품 속에서 태어나고 배양된다. 엔비디아와 빅테크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AI산업 전체를 장악할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해 그들은 새로운 시대의 인프라일 뿐이다. 그 토대 위에서 수많은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킬러 기업들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인터넷·모바일 강국이 된 것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개발했기 때문이 아니다. AI 강국으로 가는 길 역시 수백조원을 쏟아부어야 열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AI 전환,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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