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31일 KBS·MBC 이사진을 새로 선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임명된 이사진이 대거 교체돼 공영방송 이사진이 기존 야권에서 여권 우위 성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반발해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과 이상인 전 직무대행(부위원장)에 이어 방통위 관련 네 번째 탄핵소추안 발의다. 방통위를 두고 여야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위원장은 임명 직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임명 8시간 만인 오후 5시 전체회의를 소집해 오후 7시께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이사진 선임안을 의결했다.
방문진은 전체 9명 중 여권 이사 6명만 임명했다. 허익범 변호사,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민 TV조선 시청자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가 임명됐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 KBS 이사에도 전체 11명 중 여권 이사 7명만 추천했다.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현 KBS 이사장), 권순범 KBS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심위 상임위원이 최종 추천됐다.
민주당은 이날 방통위가 이사 선임안 의결을 마치자 이 위원장에 대해서도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업무가 정지돼 이사진 선임을 위한 회의 소집이 불가능한 점을 겨냥해 탄핵안 발의를 통해 이사진 교체 작업을 지연시켰다. 민주당은 늦어도 7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3일 안에 표결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이전 위원장들과 달리 이 위원장은 야당 탄핵 추진에도 헌재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직무정지 상태로 자리를 지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마친 만큼 급하게 사퇴할 이유가 사라졌다”며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되면 ‘무리한 정치 탄핵’이라는 점이 입증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헌재 결정까지는 최소 4개월 이상이 예상돼 방송·통신·정보기술(IT) 전반에 관한 방통위 업무 마비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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