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세대'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노렸던 남자 수영 선수팀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수영 국가대표팀 코치의 인터뷰 발언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 '더 코리아 스위밍(THE KOREA SWIMMING)'에는 경영 국가대표 전담팀을 지도하는 전동현 수영 국가대표팀 코치와 하영일 전 수영 국가대표팀 코치가 출연해 인터뷰를 가졌다. 전 코치는 황선우(21·강원도청), 김우민(22·강원도청)을 비롯한 남자 계영 800m 팀을 관리하고 가르쳤다.
전 코치는 이날 방송에서 김우민과 황선우의 경기 전 준비 방식이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두 선수 모두) 시합 직전까지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긴장하지 않는다"라며 "핸드폰을 누워서 보다가 자기 시간대가 되면 그냥 '갔다 올게요' 하고 간다. 그런 부분들이 신기하고 특이하다"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하 전 코치도 말을 거들며 "황선우 선수가 주목받은 것은 도쿄올림픽 때부터다. 현장에서 선우가 결승 경기에 들어가는 순간에 내가 '와~' 한 적이 있다. 아우라, 자신감이 느껴져서 '쟤는 뭐를 해도 되겠다' 싶었다. 시합 때 황선우나 김우민의 루틴이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이에 전 코치는 "자기만의 루틴은 다들 있지만, 지도자들이 봤을 때는 굉장히 답답하다. 세 시간 뒤에 결승에 나가 메달을 따느냐 마느냐 전 세계가 집중하는데 핸드폰만 보고 있다. 그러니 옆에서 보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한가. 스트레칭도 해야 하고, 맥박도 올려야 하고 우리는 이런 걸 원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전 코치는 "'자야 한다'고 해서 '그래, 좀 쉬어라.' 하며 눕혀 놓으면 폼롤러를 좀 하다가 게임을 하고, 물병 던지기 놀이를 한다"며 "와, 저런 애들이 과연 메달을 딸까(싶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언젠가 한 번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해보니까, 이렇게 해야지 본인은 마음이 편하다고 하더라. 편하다고 하는데 그걸 내 방식대로 바꿀 수는 없지 않나"라며 "그래서 한번 놔뒀는데 결과론적으로 보여주니까 이제는 (본인들의 루틴을) 더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 코치는 "다른 나라 경쟁자들은 개인 매트를 가지고 다닌다. 우리나라 선수팀은 그냥 돗자리를 펴고 단체로 누워있다. 그게 그 친구들만의 방법이지 않았나 싶다. 경쟁자들은 몸 풀고 밴드 당기기 같은 거 하는데, 우리 애들은 자리가 비면 들어가서 그냥 누워 있다. 그런데 경쟁 선수들을 이기니까 정해진 방법이란 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당 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올림픽 남자 계영 경기가 끝난 후 이 발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네티즌은 코치진이 선수들의 루틴을 너무 믿은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 수영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와 200m, 남자 계영 800m에서 3개의 메달을 노렸다. 그나마 김우민은 28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위에 올라 12년 만에 수영에서 메달이 나왔다.
그러나 자유형 200m 우승 후보로 꼽혔던 황선우는 준결승에서 9위에 그쳐 결승 진출권을 놓쳤다. 또, 31일 남자 계영 800m에서는 수영 단체전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지만, 6위에 그쳤다. 7분 07초 26의 기록과 6위라는 순위는 한국 계영 대표팀이 실망할 만한 성적표였다. 황선우의 구간 기록은 1분 45초 99로 이번 대회에서 2초23이나 느려졌다.
황선우는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훈련도 잘했고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나도 이해할 수 없다. 도쿄올림픽 이후 세계 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늘 메달을 따서 지금 상황이 더 혼란스럽다"고 했다. 이어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내 수영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대회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지금보다 더 수영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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