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 고층 아파트에서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주민들이 체감온도 35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서는 냉각 배관 부식으로 지난달부터 중앙공급식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아파트 전체 729세대 가운데 175세대는 아예 냉방이 안 되고 있고, 다른 세대는 간헐적 냉방만 되고 있다.
전날 오후 5시께 찾아간 고층 세대의 내부 온도는 37~38도에 달해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외부 겉면을 유리창으로 시공하는 '커튼월' 방식이 적용된 탓에 창을 통해 집 안으로 쏟아지는 열기를 직통으로 흡수한다.
이 아파트의 에어컨 설비는 냉각탑과 배관 부식으로 3~4년 전부터 가동 중단과 부분 보수를 반복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일부 설비가 아예 작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한국의 전통 바구니와 파도를 형상화해 송도에서 외관이 가장 수려한 '명품 아파트'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외관 때문에 외벽에 실외기를 달 수 없다 보니 중앙냉방 대신 세대별 에어컨 설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가 있는 일부 가정에서는 비닐하우스 실내를 연상케 하는 열기 때문에 가족 일부가 친척 집이나 호텔에서 지내며 잠시 떨어져 지내고 있다.
입주자대표회는 에어컨 배관 자재로 부식에 취약한 용융아연도금강관(백강관)을 사용해 현 사태가 빚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시공사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요구 중이다.
에어컨을 재가동하려면 부식된 냉각탑과 배관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데 입주자대표회는 1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시방서에 명시된 정상 자재를 사용했고, 이미 하자보수 기간이 끝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며 맞서는 중이다.
사측은 "백강관은 국가기술기준표준시방서에서도 냉각수 배관으로 쓸 수 있다고 명시된 자재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고 주민 주장과 달리 KS 인증 제품을 시공했다"며 "시공 문제가 아니라 유지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내부에 슬러지(침전물)가 쌓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아파트는 준공 10년 차에 하자 보수 기간이 끝나면서 최종 정산금 지급까지 완료했다"면서도 "주민 불편을 고려해 베푸는 차원에서 저희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술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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