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소각안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주주환원 앞장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세다. 특히 연간 순이익의 절반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총주주환원율 50%'를 제시하는 등 파격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한 달간 주가가 13.1% 뛰었다. 지난달 29일에는 장중 9만2400원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주가가 각각 24.1%와 7.1% 상승하면서 역대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나금융지주는 이 기간 6.5% 상승했다.
4대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는 것은 이들이 파격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금융지주는 '고배당' 종목으로 인식돼 주가 등락이 가파르지 않았지만, 이 같은 주주환원책에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가 단기간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은 최근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과 함께 주당배당금을 1분기 대비 상향된 791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지난 2월 3200억원 규모에 이어 올해 총 72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상장사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예고 공시했으며, 세부 사항은 오는 4분기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지주는 지난달 26일 올해 2분기 실적과 함께 주당 현금 배당액과 전체 배당 규모를 해마다 늘리고 자사주 5000만주를 소각,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현금배당액·자사주매입액/당기순이익)을 50%까지 높이겠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주주환원율은 연간 당기순이익에서 주주환원에 쓰는 금액의 비중이다.
실제 자사주 매입 공시 이후 KB금융과 신한지주는 일평균 40억~50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와 KB금융의 최근 일간 평균 거래대금이 각각 880억원, 1300억원임을 감안하면 4~6% 비중을 매입하고 있는 것"이라며 "양호한 실적에 전향적 자본 정책까지 펼치고 있기 때문에 투자심리 개선은 더할 나위가 없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지난달 25일 실적 공개와 함께 중장기 목표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를 달성하겠다고 공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은행업 평균 PBR은 0.8배다. 금융주 배당여력의 척도로 사용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중장기적으로 13%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CET1이 13%를 초과하면 금융사들은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펼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이번 발표에서 놀라운 점은 두 가지로 첫 번째는 CET1 13%라는 묵시적 허들을 제거한 것이고 두 번째는 총 환원율 50% 시대가 열렸다는 점"이라며 "이번 결정은 은행주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 시킬 정도의 파급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잇따라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신한지주 목표주가를 6만7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하나증권 6만2000원→7만2000원 △키움증권 6만4000원→7만6000원 △NH투자증권 6만6000원→7만4000원 등도 올려잡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 목표주가를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교보증권도 1만7000원에서 2만원으로 상향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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