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역주행 사고 '스모킹건'은 가속페달 신발 자국…"운전자 과실"

입력 2024-08-01 12:45   수정 2024-08-01 13:24


9명을 숨지게 한 '시청역 역주행 사고' 원인에 대해 경찰이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결론 내렸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1일 브리핑을 열고 "사고 차량의 가속장치 및 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고 원인은 운전 조작 미숙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피의자 차모 씨(68)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수사에서 결정적 단서가 된 '스모킹건'은 차씨의 신발에 남은 자국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차씨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가속페달 문양과 일치하는 자국이 확인됐다. 앞서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과학수사원(국과수)의 사고기록장치(EDR) 감정 결과 차씨는 사고 당시 가속페달을 최대 99% 밟은 것으로 파악됐다. 차씨가 몰던 G80 차량이 인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충돌한 시점의 최고 속도는 시속 107㎞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 방향으로 돌진한 이유에 대해서 차씨는 "주행 중 왼쪽에 보행자 보호용 울타리가 있었는데 울타리를 충격하면 속도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전 브레이크를 밟은 정황도 없었다. EDR 기록에 따르면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사고 발생 시까지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주변 CCTV와 목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충돌 직후 잠시 보조 제동등이 점멸하는 것 이외에 주행 중에는 제동등이 점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씨는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줄곧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차씨는 "주차장 출구 약 7~8m 전에 이르러 '우두두'하는 소리가 났고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신발 자국 등 국과수 분석 결과를 보여준 후에도 차씨는 "잘 모르겠다"며 "하지만 난 계속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현재 독립 보행이 가능한 상태로, 더 이상의 입원 치료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차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앞서 차씨가 몰던 G80은 1일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와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다가 보행자를 덮치고 승용차 두 대를 연이어 추돌한 뒤 멈췄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등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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