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임지연은 한예종 재학 시절 자칭 '한예종 임지연'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학창 시절 선배님이 칸 가시고 아우라가 엄청났다. 저는 독립영화 찍으러 다닐 때, '난 한예종의 여왕이야', '한예종 전도연', '금호동 전도연'이라고 하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고, 닮고 싶은 마음에 말하고 다녔는데 이렇게 한 작품에서 호흡한다는 게 정말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리볼버' 촬영 때 '유퀴즈'에 나와서 전도연 선배님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언급했는데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실까 수줍게 다가가서 여쭤봤더니 '유퀴즈'를 안 보셨더라. 좋아하고 사랑스러워해 주시는 것 같다. 사실 현장에선 연기에 집중하느라 팬심보다는 훨씬 더 다가가지 못했다. 요즘 홍보하면서 하트를 날리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더 글로리', '마당이 있는 집', '국민사형투표' 등을 통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임지연은 '리볼버'에서 투명한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유흥업소 마담 정윤선 역을 맡았다. 임지연은 전도연이 연기한 하수영과 거대 세력 앞에서 줄타기를 한다. 그는 고요한 영화 속 톡톡 튀는 비타민 같은 매력을 보이다가도 복합적인 감정을 세밀하게 드러내 전도연과 앙상블을 이뤄냈다.
임지연은 전도연과 오승욱 감독의 '찐팬'이라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현장에 뛰어들었다고. 그는 "그들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고 후배로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임지연은 "모범생 후배 느낌으로 질문 많이 하려고 작정하고 갔는데 '그냥 너야, 느끼는 대로 해'였다. 감독에게 캐릭터에 관해 물어봤더니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라고 얘기하시더라"라며 "직접적인 질의응답으로 받을 수 없었지만, 너무 행복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전도연 선배와 위스키 먹는 장면을 찍을 때 카메라 세팅하며 앉아있으면 뻘쭘하기도 하다. 보통 수다를 떨거나 하는데, 선배께서 집중하셔서 말을 안 했다. 하수영으로서 5분 정도 제 눈을 빤히 보시더라. 아, 이거구나. 이걸 느껴야겠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전도연 선배께 그 얘기를 했더니 기억을 못 하시더라. 저를 쳐다보는 그 눈을 잊을 수 없다. 앞으로 후배들에게 그 기운을 잘 주면 서로 집중하기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한예종 임지연'이라고 하는 후배가 나타나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나타났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제 입으로 얘기하기 쑥스러운데 지금 찍고 있는 작품에서 한 후배가 '선배님, 저에게 선배님이 저의 전도연이세요'이러는 거다. 거짓말 아니다. 정말 감사했다"고 했다.
'무뢰한' 오승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받지 못한 돈을 받기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다. 오는 7일 개봉 예정.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