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야당이 이튿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방통위가 또 한 번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 앞서 본회의 직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 등 야6당은 각 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에 접수했다.
야6당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임명 당일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 2명만으로 공영방송 임원 선임 안건을 의결해 방통위 설치법 위반 △기피신청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데도 회의를 소집해 기피신청을 기각해 방통위법 위반 등이라고 적었다.
방통위 관련 탄핵소추안 발의는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취임 이틀만인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여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어제부터 출근한 방통위원장 탄핵은 도대체 뭐냐"며 "과방위는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를 사실상 닷새나 했다. 이 정도면 후보자 청문이 아니라 학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어떠한 탄핵 사유가 있길래 불과 몇 시간을 근무한 것을 가지고 탄핵을 한다는 것이냐"며 "대한민국 헌법 65조와 헌법재판소 48조에는 직무, 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만 국회 탄핵 소추를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회의를 했다는 게 이유냐"며 "방통위법 제13조엔 회의는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어제 방통위원장이 이 법을 어기기라도 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왜 야당 몫 2명을 왜 아직도 추천 안 하고 있냐"며 "답을 정해놓고 '묻지마 탄핵'을 계속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배 수석의 발언 도중 야당은 "습관성 거부권" "국민이 원한다" "알고나 말하라"며 곳곳에서 고성을 내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법사위 조사 없이 오는 2일 탄핵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방통위원장 탄핵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통과가 가능한 만큼 국회 300석 중 192석을 확보한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가결될 전망이다. 탄핵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날 때까지 이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탄핵안이 통과돼 이 위원장이 직무정지 상태에 빠질 경우 재차 2인 의결체제가 무너진 방통위는 다시 개점휴업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경우 취임 이틀 만에 탄핵안이 발의된 만큼 헌재가 신속하게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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