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통부 산하기관인 LCR은 킹스크로스 주변에 교통부가 보유한 토지의 개발권리를 이양받아 이 사업에 참여했다. LCR의 초기 역할은 세인트판크라스역에 프랑스 등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철도인프라(HS1)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LCR(지분 36.5%)은 HS1 건설에 멈추지 않고 민간 개발회사 아젠트(50%), 땅 일부를 보유한 DHL(13.5%)과 함께 합작법인 킹스크로스센트럴리미티드파트너십(KCCLP)을 세워 킹스크로스 개발과 운영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LCR은 개발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교통부는 현금보조금 지급과 채권발행 인수 등을 통해 재정적으로 개발사업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했다. LCR은 자체 신용으로 대출을 일으키고, 공공이자 개발자 입장에서 지방정부 등 이해관계자와 접점을 찾았다. 앤드루 카터 센터포시티스 최고책임자는 “LCR은 공공과 민간 사이에서 강력한 협력 관계를 이끌어내 프로젝트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킹스크로스의 성공은 지분을 보유한 LCR과 영국 정부에도 큰 수익을 안겨줬다. LCR이 보유한 킹스크로스 지분 가치는 2012년 1800만파운드에서 2015년 1억9700만파운드로 3년 새 10배가 뛰었다. LCR이 2016년 호주계 연기금인 오스트레일리안슈퍼에 지분 36.5%를 매각해 최종적으로 얻은 수익은 3억7100만파운드(약 6650억원)에 달한다. 영국 정부는 개발비용 등을 뺀 LCR의 지분 매각 순수익 중 절반을 돌려받았다.
LCR의 활약은 막대한 역세권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부채만 쌓여가는 국내 철도 공기업과 크게 다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중심부 금싸라기 땅인 용산구에 51만㎡에 달하는 철도정비창 부지를 보유한 코레일이 대표적이다.
장성억 이지스 유럽법인장은 “영국 정부 산하 네트워크레일은 버려져 있던 철도 아래 아치형 공간을 사모펀드에 14억6000만파운드(150년 임대)에 매각했고, 상업용 시설로 활용되며 큰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한국 공기업들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런던=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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