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한국전력거래소가 같은 달 12일 실시한 일반수소발전시장 입찰을 다시 하겠다고 공지하자 참가 업체들 사이에서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무리하게 재입찰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사연은 이렇다. 전력거래소는 입찰 당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오후 3시인 입찰 마감을 오후 5시로 2시간 미뤘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 등 일부 업체가 오후 3시 이후 ‘지각 입찰’한 것이 확인됐다. 동서발전, 대우건설, 쌍용 등 당초 마감 시간 내에 응찰한 후보들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전력거래소는 시스템 기능 개선 조치에도 접속장애가 오후 2시40분까지 지속됨을 확인해 연장 공지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마감 시간 연장을 공지한 시점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시스템 오류는 7월 12일 오전 9시5분 발생했는데, 입찰 연장 공지가 뜬 시간은 입찰 마감이 지난 오후 3시7분이었다. 입찰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축구로 치면 전·후반 90분 경기가 끝나 승패가 결정 난 후에 심판이 갑자기 인저리타임을 적용하겠다며 경기를 10분 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전력거래소는 “원인 파악과 내부 절차, 산업통상자원부 보고 등을 거치느라 공지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입찰이 마감된 뒤 서로 입찰 가격까지 맞춰본 참가 업체들은 어안이 벙벙했다는 전언이다. 참가 업체들은 입찰 구조상 재입찰을 하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수소를 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파는 경매시장이다. 판매가를 낮출수록 낙찰 가능성은 커지지만 그만큼 수익성은 줄어든다. 재입찰을 하면 참가 업체들이 무효가 된 입찰 가격대를 알 수 있다.
한수원과 동서발전 같은 공기업은 민간기업에 비해 가격을 낮출 여력이 있다. 이런 구조적 여건으로 “재입찰하는 것은 공기업에 두 번째 당첨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낙찰자를 선정할 때 입찰 가격뿐 아니라 재무구조를 따지는 평가 기준도 공기업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통상 정부 보증을 받는 공기업의 신용등급이 민간 업체보다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한 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도 세계 최초로 개설했다. 첫걸음을 뗀 지 1년여 만에 특혜 논란이 불거진 건 아쉬운 대목이다. 세계 최초에 집착한 나머지 인프라 구축엔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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