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입은 제때 정산하면서 중개상품만 '고무줄'…낡은 법이 禍 키워

입력 2024-08-01 18:02   수정 2024-08-08 20:25


규제 틈새를 파고든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의 무리한 확장이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키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의 성장·진화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관련 법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법률 간 틈새 노리는 e커머스
1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관련 기업은 판매행위와 행태별로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업법 등 서로 다른 법령의 적용을 받고 있다. 직매입 상품 판매는 대규모유통업법, 중개거래는 전자상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정산일을 60일 이내로 정한 데 비해 전자상거래법은 정산일 규정이 없다. 사실상 동일한 판매 행위를 하는 기업이지만 판매 형태에 따라 정산일 규정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가 정산 주기를 두 달 넘게 미루고 정산대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다.

티몬과 위메프는 2018년까지는 직매입과 중개 판매를 동시에 하는 소셜커머스를 영위하면서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받았다. 입점업체 판매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중개 판매만 하는 오픈마켓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대규모유통업법 대신 규제 강도가 훨씬 약한 전자상거래법을 적용받게 됐다. 당시 두 업체가 직매입에 따른 재고 부담 등을 업종 전환의 이유로 꼽았지만 업계에선 대규모유통업법의 법망을 피하려는 꼼수로 보는 배경이다.

이런 법률 간 규제 차이로 인해 단일 업체인데도 거래 형태에 따라 정산 주기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예컨대 쿠팡은 직매입한 상품은 60일 내에 정산하지만 판매자들이 직접 배송하는 위탁판매 상품 정산은 이보다 더 긴 주기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유통업법 전면 손질해야
티메프 사태를 키운 대규모 판촉 마케팅도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상거래법의 규제 틈새로 인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유통업자와 납품업자가 판촉행사 비용을 기본적으로 절반씩 부담하도록 규정하지만 전자상거래법엔 이런 규제가 없다. 미정산 사태가 터지기 전에 티메프가 입점업체들에 무리한 판촉을 강요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서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에게 반품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데 비해 전자상거래법은 관련 규제가 없을 뿐 아니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적극 권장하는 것도 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자에 대한 대형 유통사의 갑질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법이어서 규제가 강한 데 비해 소비자 보호를 중시하는 전자상거래법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실해질 (우려가 있는) 온라인몰이 적지 않은데 전자상거래법이 다 규율할 수는 없다”며 “티메프 사태가 또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을 손질해 정산 주기 규정을 중개거래업체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금융당국은 판매사 정산대금을 쌈짓돈처럼 굴릴 수 없도록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분 개편 수준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온·오프라인 업체를 포괄할 수 있도록 대규모유통업법을 전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는 정산대금 문제뿐만 아니라 문제가 터졌을 때 중개업체와 셀러 간 책임 소재도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법률 간 규제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규모유통업법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조미현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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