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사관학교 시험을 마쳤는데 영어 과목 문제가 너무 이상합니다."
한 10대 수험생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어 지문을 찍은 사진 두 장을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두 문제는 각각 올해 사관학교 1차 시험과 이투스 7월 대학수학능력(수능) 모의고사 영어 과목 문제였다. A씨는 "집에 와 확인해보니 두 문제가 겹치더라. 이거 유출된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최근 사관학교 시험에 사설 학원 문제와 거의 동일한 이른바 '겹치기 문제'가 등장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겹치기 문제' 반복에 신뢰도 하락 우려
단지 사관학교는 틀린 어색한 어휘 찾기, 이투스는 '빈칸 추론'으로 문제 유형만 다를 뿐이었다. 이투스는 지문의 마지막 문장을 빈칸으로 뒀는데, 정답인 선다형 보기 3번에 해당 문장이 떡 하니 들어가 있었다.
이에 수험생들 사이에선 "이게 가능하냐"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사설 수능 모의고사가 사관학교 문제까지 적중시키네"라며 황당한 반응을 내놓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렇게 문제가 똑같을 수 없다"며 문제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실제로 대부분 영어 시험은 영문으로 된 각종 자료, 논문, 책 등에서 지문을 발췌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문제 역시 2014년 출간된 영문 서적 '시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Trying Not to Try)란 책의 일부로 확인됐다.
입시 시험의 겹치기 문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앞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에서도 유명 입시 학원 사설 모의고사 문항과 똑같은 지문이 출제되기도 했다. 당시 평가원은 '문항 오류'가 아니라며 이를 이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관계자들은 '우연의 일치'라며 문제 유출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육군사관학교 관계자는 "출제 기한에 철저한 '기출 문항 검색'을 진행하는데 해당 지문이 서적 1쪽에 나온다는 점에서 여러 출제자의 눈에 띄기 쉬웠을 것"이라며 "사설 모의고사가 시행된 지난달 24일엔 이미 기출 검색이 끝났었다"고 설명했다.
이투스 관계자도 "모의고사 출제진은 사관학교 출제 및 검토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연히 같은 원문을 활용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줄이려면 출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10여년 전 임용고시 출제위원으로 들어갔을 때도 2주란 짧은 시간에 인력이 한정돼있었다"며 "항상 비용이 부족해 철저한 검증에 필요한 출제 기한과 인력이 확충되기 어렵다. 인적, 예산 지원을 늘려야 각종 출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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